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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임신중절 병원 등 안내…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獨, 임신중절 병원 등 안내…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0-11-19 21:14
업데이트 2020-12-0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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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낙태했다-모두가 알지만 하지 않은 이야기] <8> 너무 다른 독일의 대응

獨 담당기관서 비용 등 상세히 알려줘
“한국 임신중절 자체 죄로 보는 건 잘못”

지난 27일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국회 앞에서 연 ‘낙태죄 전면 폐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모낙폐 제공
지난 27일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국회 앞에서 연 ‘낙태죄 전면 폐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모낙폐 제공
“편안했다.”

지난해 독일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한 이주영(28·가명)씨는 당시 경험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생리가 조금만 늦어지면 ‘큰일 났다’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독일은 한국과 너무 다르더라”며 “원치 않은 임신이 당황스러웠고 수술도 힘은 들었지만 필요한 정보와 해결 방법을 쉽게 안내받을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임신하면 ‘프로파밀리아’(일종의 가족계획부)라는 정부 기관에 의무적으로 방문해야 한다. 이씨가 이곳에서 초음파 검사로 주수를 확인한 후 ‘임신 유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니, 권역별 의사 이름과 병원 전화번호, 수술이나 약물 사용 여부까지 자세히 적힌 안내문을 내줬다. 그는 “수술과 약물 비용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황에 따라 어떤 방법을 선택하면 좋은지 상세히 알려 줬다”며 “병원 목록을 보고 전화를 돌려 가장 빨리 수술이 되는 곳을 찾아갔다”고 했다. 병원은 친절했고 수술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했다. 이씨는 “외국인이라 의학용어 사용 등 의사소통이 약간 서툴렀지만 임신중단 과정상의 어려움은 없었다. 병원은 임신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며 “내 선택에 아무런 단서도 달지 않아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임신중절이 합법적으로 가능한 독일에서도 ‘함부로’ 낙태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에서도 임신중단 논의를 둘러싸고 여전히 논쟁이 계속된다”면서 “병원에서 수술을 결정한 뒤에도 3일간의 숙려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접합 수술을 앞두고 일부러 발을 부러뜨리거나 뼈를 맞추는 사람은 없지 않으냐. 저도 누구보다 낙태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계획되지 않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끔 하는 건데 이를 ‘남용’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미투 운동 당시 많은 여성이 호응한 이유는 여성으로 자라며 성폭력 상황을 겪어 봤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이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그만큼 합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임신중절이 필요한 여성이 마치 마약을 구하듯이 암암리에 수술할 병원을 찾고 죄책감과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며 “여성들이 더 빨리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병원에서 합당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낙태를 죄로 보는 제도와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11-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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