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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태의 이유 있는 ‘파격 변신’… “스스로의 한계, 꼭 깨야만 했어요”

박은태의 이유 있는 ‘파격 변신’… “스스로의 한계, 꼭 깨야만 했어요”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0-11 14:33
업데이트 2020-10-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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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작품 무거운 이미지 벗고 ‘킹키부츠’로 완벽 변신
“틀 깨고 발전해야 무대 오래 설 수 있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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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박은태가 ‘킹키배우’ 롤라로 완벽하게 변신하며 자신의 한계를 또 한 번 훌쩍 뛰어 넘었다. 데뷔 14년 차, 최정상 배우의 선택이라기엔 파격 그 자체였던 배역이지만, 박은태는 “큰 원동력을 얻었다”며 “도전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뮤지컬배우 박은태가 ‘킹키배우’ 롤라로 완벽하게 변신하며 자신의 한계를 또 한 번 훌쩍 뛰어 넘었다. 데뷔 14년 차, 최정상 배우의 선택이라기엔 파격 그 자체였던 배역이지만, 박은태는 “큰 원동력을 얻었다”며 “도전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변화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다만 그 변화의 폭을 좁게 두고 스스로 한계를 지었던 거죠. 비극 속에서 안도했던 틀을 깨고, 나 자신의 한계점을 끌어올렸다는 데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뮤지컬배우 박은태의 표정에 단단한 자부심이 보인다. ‘모차르트!’, ‘스위니 토드’, ‘지킬앤하이드’ 등 다른 시대와 신분 속에서 고뇌하던 무거운 인물들을 그려낸 그가 ‘킹키부츠’ 롤라를 택한 것은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었다. “죽거나 미치지 않고 웃으면서 인간으로 끝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는 했지만, 아예 그의 이미지를 바꿀 ‘쎈 캐릭터’로 돌변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태는 불과 30여분 전까지 뮤지컬 ‘킹키부츠’ 속 롤라를 싹 지우고 차분하게 ‘변신’의 이유를 설명했다. “무대에 오래 서려면 틀을 깨려고 노력하며 발전해야 하는데 전 뮤지컬만 하는 사람이니 공부라든지 어디 가서 새로운 것을 해볼 여건이 많이 안 생겨요. 결국 배우가 발전하는 방법은 새로운 캐릭터로 새로운 옷을 입어보는 것밖에 없죠.”

조금 전까지 철철 넘치는 매력으로 무대를 누비며 커튼콜 땐 찰리(김성규)에게 볼 뽀뽀까지 했던 그가 줄곧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만의 원칙들을 언급하는 자체가 무대 안팎의 확연한 변화를 증명해 보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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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속 매력 넘치고 섬세한 드래그퀸 롤라를 연기하는 배우 박은태. ‘작정하고 예쁜’ 롤라를 만들기 위해 체중을 한 달 새 6㎏이나 줄이고 분장과 창법도 모두 바꿔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CJ ENM 제공
뮤지컬 ‘킹키부츠’ 속 매력 넘치고 섬세한 드래그퀸 롤라를 연기하는 배우 박은태. ‘작정하고 예쁜’ 롤라를 만들기 위해 체중을 한 달 새 6㎏이나 줄이고 분장과 창법도 모두 바꿔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CJ ENM 제공
그가 배역을 고르는 기준은 명확하다. 내가 발전할 수 있는가, 전에 했더라도 그때보다 실력이 늘어 나와 작품에 도움이 되는가, 팬들에게 캐릭터를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가. 작품마다 시대와 상황 캐릭터가 모두 달랐고 로맨스에서 역사, 음악 등 분위기도 달라 다 같은 비극 작품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안에서 변화 폭이 좁다고 느끼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순간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도전과 성취를 통해 무대를 사랑하는 에너지를 만들어왔건만 어느새 비극 작품에 더 자신감을 느끼며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마주한 것이다. ‘폭을 넓혀야만 한다’는 절실함은 다름 아닌 스스로에게서 처절하게 비롯됐다.

그렇다고 소울 충만한 끼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드래그 퀸이라니. 게다가 올해가 네 번째 시즌인 ‘킹키부츠’에는 오만석·정성화·강홍석·최재림 등이 만든 롤라들의 이미지가 공고했다. 이미 최정상인 데뷔 14년 차 배우가 스스로 벽을 깨기 전, 작품의 벽부터 두꺼웠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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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박은태가 선보이는 롤라는 그야말로 예쁘고 새침한, 쿨하면서도 나름의 아픔이 있는 섬세한 내면의 소유자다. 박은태는 외형 뿐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객석의 공감을 더하고 있다. CJ ENM 제공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박은태가 선보이는 롤라는 그야말로 예쁘고 새침한, 쿨하면서도 나름의 아픔이 있는 섬세한 내면의 소유자다. 박은태는 외형 뿐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객석의 공감을 더하고 있다.
CJ ENM 제공
박은태는 강력한 무기인 성실함과 노력을 쏟아부어 벽을 두드렸다. 그를 제일 주저하게 했던 춤은 지난 1월부터 따로 매일 몇 시간씩 연습실에서 흘린 땀으로, 강렬한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그만의 방식으로 부딪혔다.

“노래와 연기는 투자한 시간이 많으니 어떤 변수가 들어와도 두려움이 적고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춤은 전혀 아니었어요. 거기다 이 작품 속 팝 음악들로 칼군무가 아닌 자연스러운 필(feel)에서 흘러나오는 춤을 춰야 하는데 전 단 한 번도 클럽도 가본 적도 없고 남들 앞에서 리듬타는 것도 부끄럽던 사람이니, 저한텐 높은 난이도였죠.” 지난 6~8월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 장인’ 답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안무 연습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차근차근 쌓인 땀방울들이 어느새 ‘은각목각’ 별명을 지워 버렸다.

롤라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은언니’로 불렸던 특유의 개성으로 덜었다. “재림·홍석씨 같은 롤라를 표현할 자신이 도저히 없었어요. 그럴 바에 차라리 나만의 롤라를 만들고 싶었죠.” ‘작정하고 예쁜’ 캐릭터로 꾸미기로 하고 한 달 새 체중 6㎏를 뺐고 메이크업과 창법도 차별을 뒀다. 11일 기준으로 앞으로 일곱 차례 밖에 공연이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한다. 물론 외형 만큼 치밀하게 캐릭터를 분석해 롤라의 내면을 섬세하게 파고들어 객석을 웃기고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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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키부츠’ 롤라를 연기하며 박은태는 ‘은각목각’이라는 별명도 스스로 싹 지웠다. 지난해 공연에 참여하기로 한 뒤 1월부터 매일 몇 시간씩 따로 안무 연습을 받은 결과다. “다행히 ‘왜 이렇게 못 춰?’란 소리는 안 듣는 것 같다”며 말하는 그의 표정에 어쩐지 으쓱함이 엿보였다. CJ ENM 제공
‘킹키부츠’ 롤라를 연기하며 박은태는 ‘은각목각’이라는 별명도 스스로 싹 지웠다. 지난해 공연에 참여하기로 한 뒤 1월부터 매일 몇 시간씩 따로 안무 연습을 받은 결과다. “다행히 ‘왜 이렇게 못 춰?’란 소리는 안 듣는 것 같다”며 말하는 그의 표정에 어쩐지 으쓱함이 엿보였다.
CJ ENM 제공
“다행히 걱정했던 부분들이 잘 넘어갔고 작품에 누가 되진 않는 것 같다”고 겸손했지만 그는 회를 거듭할수록 무섭게 달아오르고 있다. 달라지는 대사 톤과 과감해지는 몸짓이 미묘한 감정선을 더욱 극적으로 묘사한다. “매번 처음 공연하듯 집중한다”는 마음가짐도 디테일을 살렸다.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원동력, 그 안에는 팬들에 대한 애정도 컸다. “저를 꾸준히 봐주시고, 뮤지컬을 삶의 원동력으로 가진 팬들은 매번 달라지는 배우의 디테일을 귀신 같이 알아 차린다”며 “그 분들 때문이라도 무대에서 습관적으로 이미 했던 거라며 후루룩 넘기고 싶지 않고 대사 한 번을 말해도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7~8년 전에 팬들에게 댄스 뮤지컬을 하겠다고 했다”며 뒤늦게나마 약속을 지킨 데 대한 뿌듯함도 내비쳤다.
뮤지컬배우 박은태는 꾸준히 노력해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더욱 거듭나고 있다. ‘킹키부츠’에서 롤라가 부르는 ‘랜드오브롤라’ 속 “무엇을 상상하든지 난 그 이상이지”란 가사를 증명했다.  앞으로도 ‘오래’ 무대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배우 박은태는 꾸준히 노력해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더욱 거듭나고 있다. ‘킹키부츠’에서 롤라가 부르는 ‘랜드오브롤라’ 속 “무엇을 상상하든지 난 그 이상이지”란 가사를 증명했다. 앞으로도 ‘오래’ 무대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도전하길 정말 잘했다”는 말에 유독 힘이 실렸다. 특히 “타인이 아닌 제 기준에서 박은태라는 사람의 한계점을 올리고 싶었던 걸 이뤘다”는 목소리가 특히 단단했다. 충분히 받아들여준 관객들도 그를 벅차게 했다.

박은태는 다음달 20일부턴 블랙코미디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으로 또 한 번 변신한다. 비극이 다 같은 비극이 아니었듯 코미디도 다 같지 않다며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예고했다. 도전으로 차오르는 그의 에너지가 어디로 얼마나 더 뻗어갈지 모르지만 박은태는 오래도록 무대에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고 싶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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