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부잣집이 더 받은 재난지원금, 소비보다 저축으로 갔다

부잣집이 더 받은 재난지원금, 소비보다 저축으로 갔다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20-08-20 17:50
업데이트 2020-08-20 18:0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근로·사업·재산 소득 ‘첫 트리플 감소’

이미지 확대
정부 지원 포함 이전소득만 80% 증가
가구원 많은 고소득층 지원금 더 늘어
2분기 가계소득 간신히 ‘플러스 유지’
고소득층 근로소득 크게 하락하는 등
‘불황형 분배 개선’으로 불평등 완화

지난 5월 숱한 논란 끝에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2분기(4~6월) 가구소득을 ‘플러스’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또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분배를 일부 개선하는 효과도 냈다. 하지만 가구원 수에 따라 지급하다 보니 고소득층에 더 많은 금액이 돌아갔고, 소비 증가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숙제를 남겼다.

20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근로소득(-5.3%)과 사업소득(-4.6), 재산소득(-11.7%)이 ‘트리플 감소’했음에도 이전소득(80.8%)이 대폭 늘면서 4.8% 증가한 527만 2000원을 기록했다. 이전소득이란 생산활동에 직접 기여하지 않고 벌어들인 수입으로, 기초연금 등 정부로부터 받는 공적이전과 용돈 등 가구 간 주고받는 사적이전 두 가지로 구성된다. 2분기 이전소득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건 공적이전이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평균 34만 1000원에서 77만 7000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영향이다.

재난지원금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 격차를 완화했다. 2분기 소득(균등화 처분 가능)의 ‘5분위 배율’은 4.23배로 전년 같은 기간(4.58배)에 비해 0.35배 포인트 낮아졌고, 2015년 2분기(4.19배) 이래 5년 만에 가장 낮게 집계됐다. 소득 격차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5분위) 소득을 하위 20%(1분위)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분배가 개선됐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공적이전을 뺀 시장소득(근로·사업·재산·사적이전 소득)만 놓고 보면 5분위 배율이 8.42배로 지난해 2분기(7.04배)보다 대폭 나빠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이 살림살이 규모가 작은 1분위에 큰 도움이 되면서 전반적인 불평등 완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올 2분기 공적이전의 5분위 배율 개선 효과는 4.19배 포인트로 지난해(2.46배 포인트)보다 월등히 높다.

단 가구원 수별로 지급되다 보니 실제 돌아간 재난지원금은 고소득층이 더 많았다. 가구원 수가 평균 3.52명인 5분위는 공적이전이 47만 7000원 늘어난 반면 2.34명인 1분위는 34만 3000원 증가에 그쳤다.

정부가 재정 부담을 무릅쓰고 14조원에 가까운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건 소비로 이어져 내수 진작 효과를 내달라는 바람이었지만, 기대만큼 이뤄지진 않았다.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액 비중을 보여 주는 ‘평균소비성향’이 67.7%로 오히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 포인트 떨어졌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으로 늘어난 소득을 소비로 쓰기보다는 저축을 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역대급 고용·실물경제 충격 속에서도 분배지표가 개선된 건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대응이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지나친 자화자찬이란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분배지표 개선엔 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고소득층 근로소득 감소분이 저소득층 감소분보다 더 컸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형 분배 개선’이 일부 작용했다는 것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20-08-21 2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