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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못 미친 롯데온, 2인자 황각규 ‘OFF’

기대 못 미친 롯데온, 2인자 황각규 ‘OFF’

심현희 기자
입력 2020-08-13 17:44
업데이트 2020-08-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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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 ‘40년 롯데맨’ 황 부회장 퇴진
지주 깜짝 임원 인사… 30명 중 절반 줄여
‘공신도 쳐낸다’ 신동빈 회장 쇄신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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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롯데그룹 2인자 황각규(65) 롯데지주 부회장이 물러난다.

롯데지주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황 부회장 퇴진 등 그룹 인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황 부회장 후임은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결정됐다. 이 대표는 롯데백화점 출신으로 2015년부터 하이마트를 이끌었다. 황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를 이끌어 온 송용덕(65) 부회장은 유임됐다.

황 부회장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이 롯데로 인수되던 1979년 입사해 40여년간 ‘롯데맨’으로 승승장구해 왔다. 마산고와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황 부회장은 뛰어난 일본어 실력과 성실함으로 신동빈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2017년 롯데지주 출범 당시 공동 대표이사를 맡으며 명실상부 그룹 내 2인자가 됐다. 2018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계열사들을 조율하고 사업 밑그림을 그렸으며, 그룹의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 등을 총괄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는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의 핵심 이슈들을 실질적으로 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다.

계열사 대표 외에 지주 팀장급 임원 등 대규모 인사이동도 발표됐다. 지주 임원 30여명 중 절반 정도를 줄이기로 했다. 정기 인사철이 아님에도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실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일본산 불매 운동, 올해 코로나19 여파 등을 직격탄으로 맞은 롯데그룹은 시가총액이 7조~8조원가량 빠지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롯데쇼핑 7개사의 통합 쇼핑몰 ‘롯데온’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인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사퇴하겠다는 뜻을 이미 한 차례 밝혔지만, 올해 롯데온이 정착하지 못하면서 지주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롯데는 신 회장 주도로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재택근무 확대 등 근무환경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쇄신을 추진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 쇄신 차원에서 ‘새로운 롯데’를 만들려는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면서 “황 부회장 같은 공신조차 내칠 수 있을 만큼 누구든 안정적이지 않고 달라져야 한다는 시그널을 조직에 보여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20-08-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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