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다른 내용” 신동주, ‘신동빈=후계자’ 신격호 유언장에 반발

“완전 다른 내용” 신동주, ‘신동빈=후계자’ 신격호 유언장에 반발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6-24 22:19
업데이트 2020-06-2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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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이 후계자’ 문구 있지만 이후 신격호가 뜻 바꿔 효력 없다”

롯데지주 “유언장과 내용은 모두 사실”
신동빈 “막중한 책임감…창업주 뜻 따를 것”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가는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나서는 신동주(오른쪽)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가는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나서는 신동주(오른쪽)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차남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유언장에 대해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의 생전 의사와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며 “법적 효력이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지난 1월 별세한 신 명예회장이 20년 전 작성한 유언장은 일본에서 처음 공개됐다.

신동주 회장은 24일 오후 입장자료를 통해 “해당 유언장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생전에 표명한 발언과 의사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유언장의 존재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후계자로 한다’는 문구 자체는 실재하지만, 이후 신 명예회장의 뜻이 바뀌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신동주 회장은 “유언장은 2000년 3월 4일자로 돼 있지만 그 이후 2015년에는 신 명예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의 해직돼 이사회 결의의 유효성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되는 등 상황이 크게 변했다”면서 “2016년 4월 촬영된 신 명예회장의 발언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유언장의 날짜 이전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신 명예회장의 비서를 지낸 인물이 증언한 신 명예회장의 후계자 관련 의사에 대해서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인사말 하는 신동주 회장
인사말 하는 신동주 회장 신동주 에스디제이 회장이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22
연합뉴스
신동주 “유언장 없다더니 5개월 뒤 발견”
“금고 매달 내용물 확인…있을 수 없다”

롯데 측 “법적 효력 없으나 신 명예회장
생각한 후계구도 문서로 명확히 확인”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이 스스로 ‘유언장은 없다’고 발표하고 5개월 뒤에 ‘유언장이 발견됐다’고 입장을 바꾼 저의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은 1월 19일 신 명예회장의 서거 후 ‘유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론에 공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5개월 가까이 지나고 나서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부지 내(신 명예회장의 집무실 내 금고)에서 유언장이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랜 세월 신 명예회장의 비서를 지낸 인물에 의하면 해당 금고는 매달 내용물에 관한 확인 및 기장이 된다”면서 “이제 와서 새로운 내용물이 발견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동생 신동빈 회장의 적통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유언장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법적 효력이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법적 효력보다는 신 명예회장이 생전 생각했던 후계 구도가 문서로 명확히 확인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무엇보다 유언장 작성 시점이 신격호 명예회장이 정상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을 때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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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노제가 22일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열린 가운데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왼쪽 네 번째)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 명예회장의 영정과 위패 뒤를 따르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노제가 22일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열린 가운데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왼쪽 네 번째)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 명예회장의 영정과 위패 뒤를 따르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롯데 “신동빈·신동주 등 가족 4명 확인”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의 유언장은 최근 일본 도쿄 사무실 금고 안에서 발견됐다. 2000년 3월에 작성된 유언장에는 ‘사후에 롯데그룹(한국·일본 및 그 외 지역)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자필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언장은 이달 일본 법원에서 법적 상속인의 대리인인 네 자녀가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개봉됐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창업주의 가족 4명의 대리인이 유언장을 확인했다”면서 “유언장과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롯데지주는 “롯데그룹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과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이날 단독으로 7월 1일자로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직과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다. 이로써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는 신동빈 회장 ‘1인 경영 체제’ 아래로 재편됐다.
아버지 49재 막재에서 만난 신동주-신동빈
아버지 49재 막재에서 만난 신동주-신동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49재 막재에 참석하고 있다. 2020.3.7
뉴스1
신동주 제기 신동빈 해임건도 부결
경영권 분쟁 사실상 종식…신동빈 승리

신동빈, 한국·일본 롯데 ‘1인 경영’ 재편
“선대회장 정신계승 필요…다시 시작”


신동빈 회장은 이미 4월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한 상태로, 7월부터 롯데홀딩스의 회장과 사장, 단일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맡으며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경영권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끝난 뒤 화상회의 형식으로 이런 내용을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 임원에게 전달했다.

신 회장은 유언장 내용을 소개하며 “더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창업주님의 뜻에 따라 그룹의 발전과 롯데그룹 전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도 신동주 회장이 제기한 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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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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