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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일란성 쌍둥이, 코로나19로 한 병원에서 사흘 간격 운명

英 일란성 쌍둥이, 코로나19로 한 병원에서 사흘 간격 운명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4-25 06:55
업데이트 2020-04-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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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데이비스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조 데이비스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2013년까지 함께 일할 정도로 모든 것을 함께 했던 영국의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같은 병원에서 사흘 간격으로 세상을 등졌다.

비운의 주인공들은 사우샘프턴 종합병원에서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숨을 거둔 사우샘프턴 어린이병원의 간호사 캐티 데이비스(37)와 역시 간호사이며 24일 일찍 세상을 떠난 엠마라고 BBC가 전했다. 막내여동생 조이는 “언니들은 늘 세상에도 함께 나왔으니 세상을 떠날 때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제 그렇게 했다”며 그들은 함께 살았으며 같은 만성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고 조금 건강 상태는 달랐을 뿐이었던 “대단한” 한 쌍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언니들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들이었는지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라면서 ”그들은 항상 다른 이들을 돕고 싶어 했다. 어렸을 때도 인형들을 돌본다며 의사와 간호사 놀이를 하곤 했다. 그들은 돌보는 모든 환자들에게 모든 것을 주고 떠났다. 그들은 독보적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우샘프턴 대학병원 NHS 재단트러스트의 폴라 헤드 최고경영자(CEO)는 “캐티는 동료들이 묘사한 바에 따르면 간호사라면 무조건 닮고 싶어하며, 간호 일이 그녀에게는 단순한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며 “우리 환자들과 우리가 봉사하는 지역사회를 포함해 여기에서 일하는 모든 이를 대신해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왕립간호대학은 엠마에 대해 “빼어나게 환자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기량과 지식을 모든 이와 공유한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간호사로 묘사돼 왔다”고 추모했다.

캐티는 얼마 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가 지난 21일 숨을 거뒀고, 엠마는 같은 사우샘프턴 어린이병원의 결장 수술실에서 2013년까지 9년 동안 캐티와 함께 일했다. 기저질환이 갈수록 심해져 엠마는 7년 전에 병원 일을 그만 뒀고, 캐티는 간호 일을 그만 두고 원무 일을 봐왔다.

이 병원의 수간호사 게일 번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엠마는 캐티와 같은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입원 허락을 받기 전까지 몸이 좋지 않았다”며 “가족과 그들을 알던 모든 이에게 얼마나 황당하고 비극적일지 말로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엠마 역시 조용하고 흥에 넘치고 좋은 지도자 자질을 갖춘 간호사로 기억돼 왔다.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며 우리와 함께 한 시간 내내 한 팀의 가치있는 구성원이었다”고 애도했다.

병원 직원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의료진과 응급요원에게 감사를 표하는 박수 시간에 맞춰 캐티를 위해 손뼉을 마주쳤는데 몇 시간 뒤 엠마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코로나19에 간호직 50명이 세상을 떠났다.

25일 오전 6시 30분(한국시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185개 나라와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278만 9315명, 사망자는 19만 5775명인 가운데 영국은 각각 14만 4635명과 1만 9566명으로 세계 여섯 번째 15만명과 다섯 번째 2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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