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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축구야… 관중 ‘떼창’ 없지만 선수들 신났다

반갑다, 축구야… 관중 ‘떼창’ 없지만 선수들 신났다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0-04-23 20:52
업데이트 2020-04-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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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수원, 첫 무관중 연습경기 가보니

선수들 경기 한 시간 전부터 스트레칭
1m 이상 떨어지고 악수 없이 ‘킥오프’
이름 적힌 개인 물병에 세리머니 자제
경기 중 격렬한 몸싸움으로 쓰러지기도
연맹, 오늘 K리그 개막일·경기 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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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그라운드에도 봄소식
K리그 그라운드에도 봄소식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외국인 선수 마하지(왼쪽 두 번째)가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연습경기에서 상대 선수들과 공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됐던 프로축구 K리그가 올 시즌 첫 팀 간 연습경기를 열고 개막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23일 오후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경기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평소라면 쩌렁쩌렁 울렸을 팬들의 응원가 ‘떼창’이나 함성, 북소리 대신 선수들의 기합 소리와 공 차는 소리로 채워졌다. 이날 경기는 양 팀 합의로 유튜브 등 온라인 중계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때문에 입장하지 못한 한 어린이 팬이 경기장 바깥에서 부르는 인천 응원가 ‘외쳐보자 부르자’가 바람결에 들려오기도 했다. 4월 한낮이었지만 초겨울 못지않은 추운 날씨에 선수들은 고군분투했다.

경기장 1층에는 당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소독을 했다는 알림장이 붙었다. 70명 안팎의 취재진은 발열 검사와 문진표 작성 뒤에야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낀 채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원정팀 수원은 버스 두 대를 나눠 타고 찾아왔다. 선수들은 지하 1층, 취재진은 지상 1층으로 동선이 엄격하게 분리됐다.

경기 한 시간 전부터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던 선수들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킥오프 전 양 팀 선수단과 심판진이 경기장 중앙에 도열했으나 서로 간격이 1m 정도로 평소보다 길었다. 또 악수를 나누거나 팔꿈치를 부딪히지 않고 경기장으로 흩어졌다. 평소에는 물병 하나를 같이 나눠 마셨지만 이날은 각자 이름이 적힌 생수 병이 따로 준비됐다. 침 뱉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벤치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기를 지켜봤으나 그라운드 안의 선수와 심판은 호흡에 지장이 없도록 마스크 없이 경기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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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에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각자 이름이 적힌 생수병이 준비됐다. 연합뉴스
이날 경기에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각자 이름이 적힌 생수병이 준비됐다.
연합뉴스
경기 시작 전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식한 듯 되도록 접촉을 삼가던 선수들은 킥오프 이후에는 격렬한 몸싸움도 불사했다. 몸과 몸이 충돌하며 자주 그라운드에 나동그라졌다. 마스크 때문에 벤치와 그라운드의 소통이 쉽지 않아 보였다. ‘경기 중 선수 간 대화 금지’ 지침이 전파되긴 했으나 패스를 받기 위해 서로를 크게 부르며 신호하는 장면도 자주 연출됐다.

첫 골은 전반 28분 수원 마사(일본)의 발에서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인천 골키퍼 손에 맞은 공이 문전으로 흐르자 주저 없이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평소라면 동료들이 한데 엉켜 세리머니도 펼쳤겠지만 이날은 눈인사만 나누고 조용히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다. 수원이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내며 1-0으로 이겼다.

임완섭 인천 감독은 경기 뒤 “기분이 너무 좋다. 선수들이 많이 설레어했다”면서 “상대를 두고 경기하는 자체가 열의를 많이 생기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한샘 수원 주장은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희열을 느끼는데 당분간 그런 게 없어 아쉬울 것 같다”면서 “그래도 프로답게 좋은 퍼포먼스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개막일과 경기 수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0-04-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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