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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거장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텅 빈 무대여서일까… 울림은 더 컸다

백발의 거장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텅 빈 무대여서일까… 울림은 더 컸다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0-04-20 17:56
업데이트 2020-04-2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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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렌보임, 무관중 온라인 연주회

클래식 명인의 피아노 33분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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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20일(한국시간) 베를린 피에르 불레즈 홀에서 진행한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연주회 ‘모멘트 뮤지컬’에서 쇼팽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클래식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20일(한국시간) 베를린 피에르 불레즈 홀에서 진행한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연주회 ‘모멘트 뮤지컬’에서 쇼팽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1시 30분.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시민이 안부를 묻는다. 이에 스페인 마드리드 시민이 답하고 미국 오리건, 일본 오사카, 서울 등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인사를 건넸다. “모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이 순간만큼은 음악으로 희망을 얻자!”라는 말들이 이어졌다.

한국의 밤이 깊어질수록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실시간 접속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전 2시에 다다르자 분주하던 채팅창도 잠시 조용해졌다.

손에 쥔 스마트폰 속 화면은 피아노 한 대만 덩그러니 놓인 무대를 비췄다. 이어 회색 정장 차림의 백발 노신사가 걸어 들어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450년 전통의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를 음악감독으로서 28년째 이끌고 있는 클래식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78)이었다. 그는 이날 마에스트로가 아닌 피아니스트로 관객 없는 텅 빈 무대에 올랐다. 도이치 그라모폰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획한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연주회 ‘모멘트 뮤지컬’(Moment Musical)의 주인공으로 다시 건반을 잡아 약 33분 동안 프레데리크 쇼팽의 음악을 선사했다. 연주는 베를린 피에르 불레즈 홀에서 진행됐다.

말없이 피아노 의자에 앉은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선율이 지켜보는 이 하나 없는 공연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쇼팽의 에튀드(연습곡) 25번의 1번이었다. 연습곡이라고는 하지만 쇼팽의 현란한 기교가 고스란히 담긴 곡으로, 바렌보임 역시 가볍게 손을 풀며 연주를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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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렌보임은 앞서 지난 17일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마이클과 함께 온라인 연주회도 열었다. 이번 연주회는 도이치 그라모폰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획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바렌보임은 앞서 지난 17일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마이클과 함께 온라인 연주회도 열었다. 이번 연주회는 도이치 그라모폰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획했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연주회의 대미는 마지막 연주곡, 쇼팽 발라드 1번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과 차별을 그린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유대인 피아니스트 슈필만이 살기 위해 독일군 장교 앞에서 연주했던 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유대인이면서 평소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어 온 그이기에 연주가 주는 울림은 더했다. 총성 없는 세계적 감염병 전쟁에서 16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바렌보임은 쇼팽을 통해 세계 평화와 희망을 연주했다. 그의 연주를 지켜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접속한 사람들은 잠시나마 우울한 일상은 잊고 그의 아름다운 연주만을 이야기했다.

앞서 지난 13일과 17일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마이클과 함께 무관중 생중계 연주회를 진행한 바렌보임은 오는 24일 한 번 더 온라인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20-04-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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