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풍경] 세레나데/황순원

[그림과 詩가 있는 풍경] 세레나데/황순원

입력 2020-04-16 17:10
수정 2020-04-17 09: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최석운-화려한 풍경
최석운-화려한 풍경 130x97㎝, 캔버스에 아크릴, 2019. 갤러리나우.

풍자와 해학으로 일상을 담아내는 현대의 풍속화가
세레나데/황순원

버스에서 혹은 어느 집회소에서

당신은 내가 앉았던 자리에 와 앉는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누구라는 걸 몰라도 좋다

밤거리를 또는 어두운 다리 위를

당신은 내가 거닐던 곳을 지나간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누구라는 걸 몰라도 좋다

그러면 그런대로 좋은 이여

우리 서로 이렇듯 가깝고도 먼 서러운 별들

나도 당신이 앉았던 자리에 와 앉고

당신이 거닐던 곳을 지나쳐도

당신이 누구란 걸 모르고 지내리

그러면서 때로 나는 술을 마시며 살리

그리고 때로는 웃기도 하며 살아가리

세상의 누군가에게 당신이라고 가만히 불러볼 때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누구라는 것 알지 못하지요. ‘당신’이라는 말 속에 시냇물 흐르고 보리피리 소리 들립니다. 그래서 당신은 내가 앉았던 자리에 가만히 앉아도 보고 나도 당신이 앉았던 자리에 조용히 앉습니다. 마치 당신이 바라본 별이 어느 별인지 모르고 내가 바라보는 것처럼. 당신이 거닐던 거리를 오늘 내가 걷습니다. 당신이 마신 술 이름 모르지만 세상 어느 주점에는 당신이 남기고 간 술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라는 말 참 좋습니다.

곽재구 시인
2020-04-17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