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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 살리는데 정작 전, 네 살 딸 잃게 생겼네요”

“코로나19 환자 살리는데 정작 전, 네 살 딸 잃게 생겼네요”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4-15 12:02
업데이트 2020-04-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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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닷컴 캡처
피플 닷컴 캡처
코로나19로부터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해내지만 정작 자신은 네 살 딸을 잃게 생겼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테레사 그린은 2년 전에 이혼한 남편 에릭과 공동 육아를 해오다 양육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해 응급실을 지켜야 하는 시점이라 에릭과의 쟁송에서 불리해졌다. 지난 9일 남편은 어린 딸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빠뜨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당분간 남편이 딸과만 지내도록 했다.

이대로라면 딸을 영영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됐지만 그렇다고 동료들이 힘겹게 감염병과 싸우고 있는데 혼자만 응급실을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14일(이하 현지시간) 피플 닷컴에 털어놓았다.

그녀는 판결 다음날 오후 딸과 동영상 대화 애플리케이션 페이스 타임을 통해 얘기를 나눴다. “곧 네가 집에 올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무슨 말이야? 엄마. 내가 집에 못 가?”

테레사는 자신이 버리려 한다고 딸이 생각할까봐 걱정된다며 “그 점이 날 정말 정말 힘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딸이 동물친구들과 놀고 있었는데 고양이에게 ‘엄마 땜에 미치겠네’ 어쩌구 말하더라. 전에도 봤는데 그 아이는 늘상 그런 식으로 뭔가에 빗대 얘기한다. 난 ‘아이고 얘야, 억장을 무너뜨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테레사의 변호인 스티븐 눌먼은 응급실에 근무하기 때문에 딸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은 허점 많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근무를 교대해 집에 오기 전 가운과 개인보호장비(PPE)를 벗고 샤워를 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또 모든 것을 씻어낸다며 그녀가 일하는 동안은 아빠가 딸을 보고 그녀가 쉬는 날 딸을 살피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테레사는 “나도 워낙 두려움이 많아 내가 만진 문 손잡이 같은 것도 소독제로 다 닦아낸다”고 말했다.
피플 닷컴 캡처
피플 닷컴 캡처
재판부도 결코 가볍게 판단을 내리지 않았으며 어린 아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판단했으며당분간이란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테레사 역시 딸을 언제 다시 직접 보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녀는 항소했으며 재판부가 결혼하지 않은 자신에게 편견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참이다.

병원 동료 대다수도 집에서 아이들과 지낸다. 그들은 테레사에게 ‘진짜 아이에게 치명적인질병을 주고 있다’고 대놓고 지청구를 한단다. 그녀는 “누구도 결혼한 사람의 자녀를 보호한다면서 일자리를 희생하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남편 에릭의 변호인 폴 레이노프는 피플에 보낸 성명을 통해 “팬데믹 상황에 그녀가 해내는 결정적 역할과 헌신을 극도로 존중한다”면서도 “재판부 판단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잠정적인 상황에만 한정된다. 나중에 코로나19가 극복되면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벌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나흘 밖에 안 됐는데 그 정도로 고통스럽느냐는 질문을 받고 테레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다. 전례가 될까 싶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 최일선에서 싸우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내 문제가 정의롭게 다뤄졌으면 하는 것이다. 빨리 아이를 되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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