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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 아날로그의 후발주자, 디지털을 선도하다/오세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

[In&Out] 아날로그의 후발주자, 디지털을 선도하다/오세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0-04-12 22:44
업데이트 2020-04-13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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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
오세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외국과 교역하기 위해서는 하늘과 바다를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해운은 많은 화물을 값싸게 운송할 수 있어 우리나라는 해상무역 의존도가 크다. 안전한 해상교통을 위해서는 해도(海圖)가 반드시 필요한데, 해도는 해양조사를 통해 제작된다.

국제수로기구(IHO)가 1929년 최초로 발간하고, 1953년 마지막으로 개정한 ‘S23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아날로그 시대 종이해도의 전형이었다. 이 책에 동해 바다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었으나, 마지막으로 간행된 1953년까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문에 우리나라가 의견을 개진할 여지는 적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상황도 변했다. 과거에는 종이해도만을 사용했으나, 선박에 의한 대형 해양사고가 잇따르자 예방책으로 전자해도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IHO는 2000년에 1세대 전자해도 국제 표준(S57)을, 2010년에 미래의 해양활동에 적용할 새로운 국제 표준인 ‘차세대 수로정보표준(S100)’을 발표했다. S100이란 전자해도, 3차원 해저지형, 실시간의 조석·조류, 해양기상 등의 다양한 디지털 해양 정보의 국제 표준으로서, IHO가 국제해사기구(IMO) 등 안전항해와 관련된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개발하려는 ‘지능형 해상교통안전시스템(e-Navigation)’의 핵심기반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부터 국립해양조사원의 ‘차세대 전자해도 제작 및 표준연구’ 사업을 통해 S100 표준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립해양조사원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함께 국제사회에 소개했다. 우리 기술력을 인정한 IHO는 2013년 한국과 미국을 S100 시험운영국으로 지정했다.

국립해양조사원에서 S100을 담당하는 백용 주무관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S100 WG(표준개발 실무조직) 부의장에 선출됐다. 2020년 7월부터는 IHO 사무국의 기술 부국장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이는 개인 역량과 더불어 국제수로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우수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까운 미래에 IHO가 개발한 S100의 보급으로 해양정보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지금보다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20년 전과는 달리, 이제 우리의 기술력과 위상은 아시아를 넘어 국제 수로기술 표준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영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아날로그 해도의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가 디지털 해도를 선도하는 것이다.

이제 S100 개념 도입과 해양정보의 디지털화라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추세에 발 맞추어 ‘동해’ 표기 문제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우리가 선도하고 있는 S100 표준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과거 S23이 발간되던 때와는 다르게, IHO의 새로운 표준개발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0-04-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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