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보물 받아보고 ‘멘붕’ 빠진 유권자 “비례 기호, 용지 순서 왜 달라?”

입력 : ㅣ 수정 : 2020-04-0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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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선거서 지역·비례기호 불일치
‘선거공보물’ 받아보고 혼란스런 유권자
4·15 총선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들의 선거 공보물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4·15 총선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들의 선거 공보물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민주당은 1번인데 비례대표 선거공보물에는 12번(열린민주당)에 있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비례 번호는 5번(더불어시민당)이고 용지에선 3번째라 하더라고요. 머리 아파서 투표할 수 있겠어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박모(64)씨는 집에 배달된 4·15 총선 비례대표 선거공보물을 본 뒤 이렇게 토로했다. 총선을 일주일 앞뒀지만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거대 양당이 ‘꼼수’로 만든 위성정당의 폐해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의 기호가 일치하지 않는 등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7일 각 당의 선거공보물을 분석한 결과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와 무관하게 비례 의석 확보에만 골몰해 온 정치권의 꼼수와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각 당은 지지자들이 비례투표에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공보물에도 잔꾀를 부렸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노골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더불어시민당’이라고 썼다. 공보물 첫 페이지에 ‘기호는 5번 순서는 3번째’라고 명시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미래는 한국, 미래는 통합’이라며 통합당과의 관계를 암시했다. 양당의 비례정당 ‘의원 꿔주기’에 밀린 정의당은 공보물 인쇄 시기까지 비례 기호를 예측하지 못해 기호조차 넣지 못했다.

공보물을 받아 본 유권자들은 정보를 제공받기는커녕 혼란스러운 모양새다. 특히 장년·노년층은 유독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61)씨는 “비례 1, 2번 공보물이 없고 3번부터 시작해 실수로 빠진 줄 알고 선관위에 전화했더니 그런 게 아니라더라”며 “딸에게서 다시 설명을 들었지만 여전히 기호와 투표 칸 순서가 왜 다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이모(70)씨도 “난 유튜브도 챙겨 보는 한국당 지지자인데 분명 2번째 칸이라고 했는데 왜 미래한국당이 4번이냐”고 반문했다. 지난 2월 보수진영 통합으로 ‘간판’을 바꾼 통합당의 한 후보는 자주 찾던 경로당에서 “당을 바꾸었느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

유권자의 당혹감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갤럽에서 총선에서 투표할 비례대표 정당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자의 17%는 지지 정당을 선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당 지지자도 8%가 투표할 당을 답하지 못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거대 양당 지지자들이 비례 위성정당의 당명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탓으로도 볼 수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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