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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태국 ‘감동 배구’ 뒤엔 아름다운 관중매너 있었다

한국·태국 ‘감동 배구’ 뒤엔 아름다운 관중매너 있었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20-01-13 22:22
업데이트 2020-01-14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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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결승전이 열린 태국 경기장, 태국 관중들 밝은 표정으로 경기 즐겨

김연경의 수준 높은 플레이에 박수도
한국 관중도 열렬하면서 절제된 응원
최선 다한 선수들 경기 후 끝내 눈물
패자 없는 ‘진정한 스포츠’ 가슴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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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투혼’ 김연경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부상 투혼’ 김연경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에서 태국을 꺾고 도쿄행 티켓을 따낸 여자배구 대표팀이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환영행사를 갖고 있다. 복근 파열 부상에도 대표팀의 올림픽 진출을 이끈 김연경은 “(올림픽 메달이) 사실 쉽지는 않다. 워낙 잘하는 나라들이 많다”면서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올림픽을 대비했다. 열심히 준비해서 응원에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역시 “한국에 처음 올 때부터 올림픽 진출을 위해 노력했는데 목표를 성취한 것이 정말 기쁘다”면서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이상했다. 지고 있는 팀 관중같지가 않았다.

지난 12일 밤(한국시간) 태국 나콘랏차시마 꼬랏찻차이홀에서 열린 한국과 태국 여자 배구 대표팀 경기에서 선수들의 진땀 나는 플레이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은 태국 관중의 태도였다. 한국에 내리 2세트를 내주고 3세트마저 끌려가는 벼랑끝 상황에서도 대다수 태국 관중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승패보다는 경기 자체를 즐기려는 듯 울상을 짓거나 분노하기보다는 열띤 응원을 보내며 즐거워했다.

뿐만 아니라 태극기를 들고 한국팀을 응원하는 태국 관중도 보였다. 한국 TV 중계 해설자는 “김연경 선수의 멋진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는 태국 관중도 있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태국에서 여자 배구는 국기(國技)로 불릴 만큼 최고 인기 스포츠여서 이날 태국 관중의 매너는 주목할 만했다. 더욱이 태국으로서는 이날 패배할 경우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이 또다시 좌절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태국 팬들의 모습은 스포츠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것이라는 진수를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국 응원단도 숫자는 적지만 열렬하면서도 절제된 응원으로 수준 높은 매너를 보여 줬다. 이날 경기에서 복근 파열로 진통제를 먹고 뛴 김연경은 경기장의 한국 관중 응원에 대해 “태극기가 많아서 좋았고, 저희 쪽에 많은 분이 있는 걸 보면 믿음직스러운 게 있어서 힘이 났다”고 13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3대0으로 한국팀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 패한 태국 선수들은 물론 이긴 한국 선수들도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동안 흘린 땀과 고통의 시간이 떠올라서였을까. 선수 출신인 TV 해설자도 “두 팀 선수 모두 같은 의미의 눈물일 것”이라며 울먹였다.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인 스테파노 라바리니는 경기 후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40년을 이 순간을 위해 기다린 것 같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배구 선수 출신이 아니라 배구를 좋아하던 일반인이다.

이날 승리로 한국 여자배구는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 냈지만, 태국 여자 배구는 또다시 올림픽 본선 문턱에서 좌절되는 슬픔을 맛보게 됐다.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든 태국팀의 ‘황금세대’들에겐 이날 경기가 올림픽 무대를 노크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태국 여자 배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종예선 때도 일본에 2-3으로 지면서 아깝게 본선행이 좌절된 바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01-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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