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광고 엿보기] ‘덕상 세창양행 고백’- 최초의 신문광고/손성진 논설고문

[근대광고 엿보기] ‘덕상 세창양행 고백’- 최초의 신문광고/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20-01-05 17:18
수정 2020-01-0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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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보에 실린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광고.
한성주보에 실린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광고.
1882년 9월 수신사절단으로 일본에 간 박영효는 이듬해 1월 귀국 후 한성판윤(서울시장)에 임명돼 함께 들어온 일본인 기자 3명, 인쇄공과 신문 발행을 준비했다. 그러나 몇 달 후 박영효가 한성판윤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정부 기관의 신문 발행 업무가 통리아문 박문국으로 이관돼 한국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가 발행된 것은 1883년 10월 31일이었다. 한성순보는 다음해 갑신정변으로 사옥과 인쇄시설이 불에 타 발행이 멈추었다가 1886년 1월 주간 한성주보로 바뀌어 다시 발행됐다. 이 한성주보 제4호 1886년 2월 22일자에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가 실렸다. 제목은 ‘덕상(德商) 세창양행 고백(告白)’이었다. ‘덕상’(德商)은 독일의 상사(商社)란 뜻이다. 독일인이 설립한 무역상 세창양행이 우리나라에서 사고팔 물건을 게재한 광고다. 세창양행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광고주인 셈이다.

광고 문안은 순한문이며 도안이나 사진은 없다. 고백(告白)은 광고의 중국식 표현이라고 한다. 사는 물건을 ‘수매 각화’(收買 各貨), 파는 물건을 ‘신도 각화’(新到 各貨)라고 했다. 사겠다는 품목은 호랑이ㆍ수달ㆍ검은담비ㆍ소ㆍ말ㆍ개 등의 가죽과 소ㆍ말ㆍ돼지의 꼬리와 갈기ㆍ뿔, 사람의 머리카락, 조개와 소라, 종이, 담배, 오배자, 옛날 동전 등 20종이었다. 팔겠다는 물건은 자명종 시계, 들여다보는 풍경(peep show), 뮤직박스, 호박, 유리, 각종 램프, 서양 단추, 서양 직물, 염색한 옷과 염료, 서양 바늘, 서양 실, 성냥, 서양 허리띠, 낙타 천 등이다.

그러면서 “물품의 구색을 갖추어 공정한 가격으로 팔고 있으니 모든 손님과 상인은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나 노인이 온다 해도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진솔한 글귀를 담았다. 세창양행의 광고는 7월 5일 자 제23호까지 약 6개월 동안 게재됐다. 한성주보는 창간호부터 사고(社告)인 ‘본국 공고’(本局公告)란에 이런 글을 실었다. “농공업과 기타 모든 영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기의 업을 널리 알리고자 하면 박문국에 와서 자문하시기 바란다. 그러면 상세히 기재하여 본보를 구독하는 내외의 사상(士商)에게 알리도록 하겠다.” 말하자면 광고주를 구하는 내용이다.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가 있던 세창양행은 홍콩과 중국 상하이와 톈진, 일본 고베, 한국 인천에 지점을 두고 무역업을 했다. 1884년 6월 6일 카를 발터 등이 인천에 도착해 지사를 설립하는 한편 직원 숙소를 인천 자유공원 남쪽 정상에 지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양관(洋館)이라고 한다. 이 숙소는 광복 후 인천박물관으로 사용되다 인천상륙작전 중 소실됐고 그 자리에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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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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