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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표정만 보면 뉴욕 주가 알 수 있다, 35년 한길 피터 터크먼

그의 표정만 보면 뉴욕 주가 알 수 있다, 35년 한길 피터 터크먼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1-01 14:56
업데이트 2020-01-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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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명물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이 31일(현지시간) 2020 색안경을 쓴 채 2020년 증시에 대한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명물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이 31일(현지시간) 2020 색안경을 쓴 채 2020년 증시에 대한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의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스케치 사진에도 그는 어김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올해는 2020 파란색 안경을 쓰고서였다.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 통하는 피터 터크만(63) 플로어 트레이더다. 월가의 동향이나 글로벌 증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낯이 익은 얼굴이다. 플로어 트레이더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자기매매(증권사의 판단에 따라 매매하는 것) 업무를 담당하는 딜러를 가리킨다. 다른 회원들의 위탁 주문을 받아 거래하는 플로어 브로커와 구분된다. 푸른 재킷, 헤드셋, 아이패드와 비슷하게 생겼고 한 손에 쥘 수 있는 소형 태블릿, 재킷에 붙은 좌석번호 배지가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터크먼 역시 그의 이름보다 좌석 번호로 더 자주 불리기도 하는데 사진에 늘 노출되는 번호는 588번이다. 미국으로 이민 온 유대인 부모 아래 태어난 그는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경영학과 농업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음반 상점을 운영한 경험도 있고 서아프리카 석유회사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NYSE와 연을 맺은 것은 의사였던 아버지의 환자를 통해 거래소 타이피스트 일을 소개받으면서였다. 그 뒤 1985년부터 전문 트레이너로 일해 이제 35년 경력이 가까워진다.
주가가 많이 오른 것 같다. 그는 훨씬 아인슈타인과 닮아 보인다.
주가가 많이 오른 것 같다. 그는 훨씬 아인슈타인과 닮아 보인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2007년 2월 일간 ‘뉴욕 데일리 뉴스’전면에 실린 그의 사진. 전날 뉴욕의 3대 지수가 동반 3% 이상 폭락했고 그는 두 팔을 벌리고 경악하는 표정을 연출해냈다. 피터 터크먼 인스타그램 캡처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2007년 2월 일간 ‘뉴욕 데일리 뉴스’전면에 실린 그의 사진. 전날 뉴욕의 3대 지수가 동반 3% 이상 폭락했고 그는 두 팔을 벌리고 경악하는 표정을 연출해냈다.
피터 터크먼 인스타그램 캡처
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2007년 2월의 어느날, 뉴욕의 3대 지수가 모두 3% 넘게 떨어져 두 팔을 벌리고 분노를 담은 표정을 짓는 사진이 일간 ‘뉴욕 데일리 뉴스’의 전면을 장식하면서였다. 그 뒤 그는 증시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마다 NYSE 트레이더 룸을 찾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헝클어진 백발에다 풍부한 표정, 아인슈타인을 닮은 외모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머니셋의 로르샤흐 테스트(잉크 반점을 보여준 뒤 피험자의 반응을 통해 심리 상태를 진단하는 검사)”라며 “그의 표정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분노, 기대, 실망, 환희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터크먼 자신도 버즈피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 표정은 진짜”라며 “날 보면 그날 400포인트가 올랐는지, 떨어지는지 금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NYSE에 수천 명의 플로어 트레이더들이 있었지만 이제 남은 인원은 수백 명이다. 자동화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플로어 트레이더들이 소속된 회사는 1990년대 수백 개에서 현재 35개로 줄었다. 터크먼은 WP 인터뷰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을 강력하고 의미있으며 중요하게 만드는 것은 거래소의 인적 요소”라며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 있어 그들의 돈과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했다.

터크먼은 이어 “NYSE의 플로어는 지구에서 가장 훌륭한 사무실”이라며 “여기는 에너지와 사람들이 있는 신성한 곳이자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세계 금융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아들 벤저민도 대를 이어 같은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터크먼은 “평생 주식을 한 주도 소유해 본 적이 없다”며 “만일 내 자산의 이익과 손실을 걱정해야 했다면 고객 관리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당황하지 말고 참고 버티라”며 “합리적 이득을 취하고 불합리한 손실을 기다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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