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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검찰개혁 단상/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과 교수

[기고] 검찰개혁 단상/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9-12-31 16:46
업데이트 2020-01-0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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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과 교수
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과 교수
최근 자신들을 둘러싼 개혁 논의를 대하는 검찰 조직의 행태를 보면 생각나는 게 있다. 세계적 석학인 경제학자 앨버트 O 허시먼이 제시한 세 가지 명제다. 앨버트 허시먼은 프린스턴 석좌교수 시절 쓴 ‘반동의 수사학’에서 역사적으로 변화를 거부해 온 세력이 사용한 논리를 세 가지 명제로 분석했다.

첫째,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위험 명제’, 둘째, 정치·사회·경제 질서의 일부를 향상시키려는 어떤 의도적인 행위도 개선하려는 환경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역효과 명제’, 셋째,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노력은 어떤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무용 명제’가 그것이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을 하면 국민의 인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위험 명제). 그러나 국민의 인권은 검사 1인의 독단적 판단의 영역으로 두면 언제든지 그들의 생각에 따라 침해될 수 있는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기소권자가 수사까지 하게 되면 기소라는 목표에 맞춰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검찰은 자신들만이 국민 인권을 지키는 존재인 것처럼 말하며 ‘선한 독재자’의 역할을 자청한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은 한 기관에만 맡기기에는 너무 위험한 권한이다. 분리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국회에서 심사 중인 수사권 조정 법안은 형사사법체계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역효과 명제). 하지만 현재 검찰에 모든 권한이 집중된 ‘검사 지배적 수사 구조’는 100여년 전 식민 통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수사권 조정 법안은 이러한 전근대적인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과정이다. 일방적인 ‘검사의 수사 지휘’를 폐지하고 ‘검경 협력 관계’를 설정해 상호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다.

앞의 두 가지 명제보다 나쁜 것은 마지막 ‘무용 명제’에 입각한 검찰의 행태다. 사회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자신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봤자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식을 심어 준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이제는 변화시켜야 할 때다. 그들의 명제에 더이상 속지 말자.
2020-01-0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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