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공격당한 사우디 석유 심장부… “유가 10달러 오를 것”

입력 : ㅣ 수정 : 2019-09-1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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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란 예멘반군, 최대 석유시설 2곳 공격
가동 중단… 전세계 생산량 5% 물량 차질
쿠웨이트 침공 이래 500만배럴 중단 처음


“3주간 시설 폐쇄땐 국제유가 검은 월요일
사우디 원유 비중 큰 한국 등 아시아 타격”
사우디 정부 “수일 내 시설 재가동될 것”
위성에도 잡힌 검은 연기  14일(현지시간) 새벽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 탈황시설 아브까이끄 단지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했다. 사우디 당국은 이날 피해를 입은 시설에서 당분간 석유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브까이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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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에도 잡힌 검은 연기
14일(현지시간) 새벽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 탈황시설 아브까이끄 단지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했다. 사우디 당국은 이날 피해를 입은 시설에서 당분간 석유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브까이끄 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친이란 계열인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0달러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군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은 공격을 부인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이 14일(현지시간) 국영 SPA통신을 통해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아브까이끄와 쿠라이스 시설 두 곳을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앞서 예멘 후티 반군은 이날 오전 4시쯤 드론 10여기로 아브까이끄와 쿠라이스를 공격했다.

이에 따라 하루 57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우디의 지난달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980만 배럴이었다. 하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뒤로 사우디가 하루 500만 배럴 규모의 생산을 줄이기는 처음이다. 다국적군이 이라크에 개입한 그해 사우디는 하루 평균 400만 배럴의 생산 손실이 있었다고 WSJ는 덧붙였다.
친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브까이끄 탈황 시설을 드론으로 공습한 14일(현지시간) 새벽 불길에 휩싸인 석유단지가 영국 스카이뉴스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 반군의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브까이끄 스카이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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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브까이끄 탈황 시설을 드론으로 공습한 14일(현지시간) 새벽 불길에 휩싸인 석유단지가 영국 스카이뉴스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 반군의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브까이끄 스카이뉴스 화면 캡처

애널리스트들은 사우디가 자세한 피해 상황을 밝히지 않아 장기적 영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부분 유가 상승을 점쳤다. 미국 휴스턴 컨설팅사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 앤드루 리포 대표는 이날 CNBC에 “최악이라면 시장은 배럴당 5~10달러가 오르면서 개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일본, 인도, 한국 그리고 대만이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케빈 북 클리어뷰 에너지 수석연구원은 가격 충격은 시설 복구 기간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그는 투자자 노트에서 “3주간 폐쇄를 가정한 우리 모델에 따르면 배럴당 최대 10달러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WSJ는 사우디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드론 공격을 받은 시설에 대해 16일부터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예방 차원에서 일부 시설을 닫은 것일 뿐 대부분은 수일 내에 다시 가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국영업체 아람코가 몇 주간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원유를 비축해 둔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가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유가에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드론이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불분명한 것도 유가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미 에너지 컨설팅회사 라피단 에너지그룹의 밥 맥낼리 대표는 “(드론 출발지가) 이라크라면 유가가 몇 달러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란으로 확인돼) 보복 이야기로 확대되면 쉽게 10달러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반군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그런 헛되고 맹목적인 비난과 발언은 이해할 수 없고 의미도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는 사우디 정부와 공조하며 유가 안정에 나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사우디 당국, 주요 산유국 등과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19-09-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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