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웨이퍼 자료사진 연합뉴스
12일 열린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분석과 전망’ 토론회에서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진경제실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현재 조치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규제 대상에 오른 포토레지스트(극자외선 노광장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주로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무관한 소재”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실장은 “극자외선 노광장비에 사용되는 레지스트는 차세대 산업인 시스템 반도체와 연관되기 때문에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중장기적 성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찬권 무역통상실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배 실장은 “큰 폭의 성장률 저하는 안될 것으로 측정된다”며 “단기적으로 반도체 전후방에 있는 업체들에게 생산 차질이 부정적일 수 있지만 전체 반도체 산업의 경쟁구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 실장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반도체 강국들이 이미 국제 분업체제 아래서 가장 효율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국가가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을 들여 메모리반도체에 투자를 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일본 언론에서도 수출규제 강화 품목이 우리나라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는 상태다. 무엇보다 에칭가스(불화수소) 등을 일본의 해외공장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조달할 수 있는 탓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불화수소의 경우 43.9% 가량을 일본에서 수입하지만 중국 46.3%, 대만 등 나머지 국가들의 비중도 9.8%로 작지 않다.
한편 한일 간 갈등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양쪽 모두 피해를 입는 만큼 조기 종결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규판 선진경제실장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이뤄지면 차량용 2차 이온전지, 공작기계분야, 화학약품 등 대일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파괴적일 것”이라며 “양국 정부간 협의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시키는 것과 관련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이재영 연구원장은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가면 그야말로 ‘정면 충돌’이라고 할만 하다”며 “지금까지 이뤄진 일본의 조치는 WTO체제에 대한 균열을 내고 역내 공동번영의 원칙을 파괴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세종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