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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보다 사람이 먼저’ 실천… 안동 유림들의 마음 연 두봉 주교

‘교구보다 사람이 먼저’ 실천… 안동 유림들의 마음 연 두봉 주교

김성호 기자
입력 2019-05-28 17:26
업데이트 2019-05-2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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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초대 교구장 지낸 두봉 주교

첫 안동생활 버거워 교황청에 “못하겠다”
정직한 유림들 신자 되면 ‘매우 좋은 신자’
이달 대통령 표창 ‘올해의 이민자상’ 받아

안동교구를 말할 때 초대 교구장 두봉(90·杜峰·본명 르네 뒤퐁) 주교를 빼놓을 수 없다. 언제나 ‘기쁘고 떳떳하게’를 외치고 실천하는 프랑스 중부 오를레앙 출신의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 이젠 누가 봐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 그는 가장 가난한 교구인 안동교구의 산증인이다.

22년간 초대 교구장을 지낸 두봉 주교도 처음엔 유림의 본향인 안동에서의 생활이 몹시도 버거웠단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사목을 하며 내 삶을 바치고 싶었다”지만 오죽하면 교황청에 ‘못하겠다’는 의견을 전했을까.

하지만 유림들과의 거듭된 만남 끝에 그들의 본 모습을 알게 된 뒤론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이웃종교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대다수 유림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아요. 양심적으로 정직하지요.” 심지어는 “유교 전통에서 바르고 잘 사는 사람이 천주교 신자가 되면 굉장히 좋은 신자가 된다”고까지 했다. 그 이유는 “바탕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안동교구에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마다 유림들이 솔선해 도움을 보탰고 꽉 막힌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두봉 주교가 목숨처럼 여기는 사목의 으뜸 방향은 교구가 아닌, 사람이다. 농민의 인권에 무엇보다 치중했고, 특히 한국 사제가 교구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네 차례나 교황청에 안동교구장으로 한국 주교를 임명할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낸 일화가 유명하다. 그에게 신앙과 사목은 ‘교회 따로, 사회 따로’가 아니다. 교구청에서 만난 기자에게도 “교회는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안동 문화회관을 세워 일반 모두의 열린 공간으로 내놓은 것을 비롯해 국내 최초의 전문대학인 상지대를 안동에 세운 주인공이기도 하다. 1982년 프랑스 나폴레옹 훈장을 받았는가 하면 이달에는 국내에서 대통령 표창인 ‘올해의 이민자’상도 받았다.

‘기쁘고 고맙고 떳떳하게’. 두봉 주교 자신은 “귀족이 아니라서 쓸 수 없다”며 주교라면 누구나 으레 정하는 사목표어를 한사코 사양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구에서 이 말은 모든 신행과 사목의 지침인 사목표어로 굳어져 있다. 신부로 15년, 주교로 21년 한국에서 40여년을 선교한 끝에 일선에서 물러나 지금은 의성 봉양문화마을의 작은 집에 머물고 있지만 지금도 한 달에 절반은 피정에, 강의에 아주 바쁘다.

안동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9-05-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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