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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직원’ 퇴직금 요구에 초장박스에 천원짜리 담아준 사장… 당국에 적발돼

‘횟집 직원’ 퇴직금 요구에 초장박스에 천원짜리 담아준 사장… 당국에 적발돼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9-04-29 08:02
업데이트 2019-04-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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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체, 왜 수수료 들여야 하느냐”
“퇴직금 달라고 뒤통수를 치느냐”
충청도의 한 수산시장의 횟집에서 4년간 일했던 60대 여성 직원이 퇴직금을 요구하자 천원짜리 지폐를 세어 가져가게 한 업주가 당국에 적발됐다.

29일 KBS 보도에 따르면 충남 보령시 대천항 수산시장의 한 횟집에서 일하던 직원이 퇴직금을 요구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횟집 사장이 퇴직금 일부를 초장박스에 천 원 지폐로 담아 세어 가져가라고 했다.

그 사장은 또 이 직원에게 다른 업체에서도 일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결국 직원은 일을 그만두게 됐다. 횟집 사장은 고용노동부에 신고됐고, 퇴직금 지급기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겨졌다.

2014년 5월부터 수산시장의 한 횟집에서 일한 직원 손모(65)씨는 올해 1월 사장으로부터 그만 나왔으면 하는 뜻을 전달받았다. 손씨는 시장의 다른 가게로 옮기면서 4년여간 일한 만큼의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장은 “이 시장에서 그렇게 퇴직금 다 따져서 받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후 사장이 퇴직금 명목으로 손 씨에게 입금한 금액은 300만 원. 턱없이 부족한 금액에 억울했던 손 씨는 2월 말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KBS 캡처
KBS 캡처
노동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업주에게 손 씨가 4년여간 일한 퇴직금은 1000만 원이라 판단해 나머지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다가 몇 주가 지난 후 전 업체 사장은 손 씨가 일하는 가게로 찾아와 퇴직금을 가져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손씨는 “(전 사장이 와서)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빨리 와서 퇴직금 세어가라’고 해서 가게를 가 봤더니, 천 원짜리 돈을 초장 박스에다가 담아 풀어헤쳐 놓은 거예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손씨는 사장에게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계좌이체를 해 주면 되지 않느냐”라고 했지만, 사장은 “내가 왜 수수료를 들여서 그렇게 해야 하느냐”라며 거절했다.

결국 손 씨는 그 자리에 앉아 700만 원어치의 천 원짜리 지폐를 2시간에 걸쳐 일일이 세어 퇴직금 나머지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사장 부부는 손 씨에게 “퇴직금 달라고 뒤통수를 치느냐”라고 타박을 주기도 했다.

사장은 상인 연합회에 압력을 행사했다. 상인들이 모인 회의에서 퇴직금을 요구하는 직원을 뽑지 말자는 식으로 얘기했고, 결국 상인들은 어느 횟집도 손 씨를 고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결국 손 씨는 새로운 일터에서도 일을 그만두게 됐다. 손 씨는 다시 노동부를 찾았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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