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이주 시기 놓친 갈라파고스 땅거북

입력 : ㅣ 수정 : 2019-04-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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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아예 이주도 포기
이동하는 갈라파고스땅거북 계절에 따라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갈라파고스땅거북(코끼리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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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하는 갈라파고스땅거북
계절에 따라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갈라파고스땅거북(코끼리거북)



계절에 따라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갈라파고스땅거북(코끼리거북)이 요사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주·이동 시기를 제때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주·이동 시기에 대한 이 같은 교란이 지속되면, 궁극에는 이주를 포기하는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거북은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는 계기가 된 동물 중 하나로 생태학적으로 기념비적인 의의를 지닌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기욤 바스티유-루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미국 생태학회(ESA) 기관지 ‘생태학(Ecology)’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기욤 박사 팀은 갈라파고스땅거북에게 GPS 수신기를 달아 수년간 이주 시기와 양상을 추적, 연구했다.

바스티유-루소 박사는 “거북의 이주 시점이 두 달 이상 차이가 나 놀랐다”면서 “이는 이주가 먹잇감을 찾기위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예컨대 암컷은 알의 부화 등과 관련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갈라파고스땅거북이 최적의 이주 시기를 놓치고 있어도 다행히 거북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지적됐다. 수명이 180~200년에 달하고, 덩치도 400~500㎏으로 큰 데다, 1년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이주 시기를 놓쳐도 작은 동물만큼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갈라파고스땅거북이 앞으로 이주 시기를 놓치는 일이 점점 더 늘어나고 식물의 씨앗을 멀리까지 퍼뜨리는 ‘생태계 공학자’로서의 역할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스티유-루소 박사는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거북에게 이주가 최선의 전략이 아닐 수도 있게 되고, 이주하는 개체가 줄어들어 전체 생태계에 연쇄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먼거리를 이동하면서 몸에 씨앗을 달고 움직여 식물을 멀리까지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 ‘정원사’란 별명으로도 불린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최상의 먹이와 온도를 찾아 매년 같은 경로를 택해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서늘한 건기에는 구름과 안개에 둘러싸여 비가 내리지 않아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고지대에서 생활하다가 우기가 시작되면 온도가 높고 영양가 많은 식물이 풍부한 저지대로 먼거리를 이주한다. 이때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몸에 씨앗을 달고 움직여 식물을 멀리까지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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