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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아차 통상임금 항소심 판결, 혼란 매듭짓는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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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19-02-22 17:37 사설·오피니언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기아차 노조 소속 2만 7000여명은 2011년 “정기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과 퇴직금 등을 재산정한 뒤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청구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조 926억원이었다. 이에 기아차는 “노조의 청구는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맞섰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상 개념이다. 미지급 임금의 추가 부담에 따라 회사가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 신의칙에 어긋나는 만큼, 소급 청구는 제한돼야 한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노조 측의 요구 중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사측은 각종 수당 미지급분 4223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신의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의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보유 현금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1심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중식비와 가족수당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인정 금액을 1억 1000만원가량 줄였다.

법원은 최근 신의칙을 엄격하게 따지는 추세다. 회사의 경영 능력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면 신의칙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역시 지난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회사가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흐름은 현대중공업과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의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 회사는 1심에서는 신의칙이 부정돼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신의칙이 받아들여져 승소했다.

다만 노사가 통상임금문제를 둘러싸고 거듭 법적분쟁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송 비용과 경영 불확실성의 증대, 노동의욕 하락 등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커지는 탓이다.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상여금 등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인 ‘임금체계 개편 자율시정기간’에 통상임금 갈등이 완화될수 있도록 정교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본급 개편에 따른 4대 보험료 인상 등 부수 효과도 잘 따져 기업 등이 잘 대비하게 도와야 한다. 사법부 역시 신의칙 기준이 더 명확해져야 한다는 재계의 의견을 고려해 앞으로의 관련 판결시 더 구체적이고 예측가능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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