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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블로그]김동연 전 부총리, “정책결정 과정의 반성 없어 아쉬워”

[경제블로그]김동연 전 부총리, “정책결정 과정의 반성 없어 아쉬워”

황비웅 기자
황비웅 기자
입력 2019-01-05 12:00
업데이트 2019-0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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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017년 11월 정무적 고려로 적자국채 발행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당사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침묵을 깨고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습니다. 김 부총리는 게시글에서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총리는 이어 “34년 공직생활 동안 부당한 외압에 굴복한 적은 없다”면서도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서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형성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적자국채 발행이 청와대의 외압 때문이 아니라 종합적인 고려에 의한 판단이었다는 겁니다. 이런 김 부총리의 설명은 기재부의 해명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신 전사무관이 지적한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정치개혁)에 올린 ‘나는 왜 기획재정부를 그만두었는가‘라는 글에서 정책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신 전 사무관은 “정책 페이퍼를 쓰고 나면 이걸 청와대에 보고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한다. 청와대에 보고를 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청와대 지시와 부처 명령체계 내의 지시가 다르면 재차 고민한다. 누구말을 따라야 하는 것인가“라고 실무진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청와대와 부처에 이중으로 보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 과정에서의 혼선을 말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해명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부처 간의 소통 부재가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부처의 A사무관은 “청와대에서 갑자기 지시를 떨어뜨려서 빨리 뭘 만들어내라고 하니 설익은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면서 “부처의 정책 자율권을 보장해주고 자율권이 충돌하면 조정해주는 것이 상급기관의 역할인데 그런 부분이 개선이 안되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가 있어도 부처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신 전 사무관의 인식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중앙부처의 B사무관은 “대통령은 늘 바뀌지만 청와대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면서 “말도 안되는 지시를 받았지만 버텼다고 눈밖에 난 적이 있는데, 어설프게 나서면 바로 아웃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서 속마음을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경제부처의 C과장은 “청와대와 부처간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청와대의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바꾸어야 한다. 정권이 아니라 시스템을 말이다”라고 지적한 신 전 사무관의 글 맺음말이 울림을 주는 이유입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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