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라인드 채용, 평등 이름의 역차별 안 되게

[사설] 블라인드 채용, 평등 이름의 역차별 안 되게

입력 2017-07-06 23:42
업데이트 2017-07-0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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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의 채용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입사 지원서에는 학력, 사진, 가족관계, 출신 지역 등을 일절 기재할 수 없다. 당장 이달부터다. 취업의 기회를 편견 없이 공정하게 담보해 주는 장치야말로 학벌 사회를 타파하는 지름길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편견에 서류 한 번 내보지 못하고 채용 문턱에서 스스로 주저앉고 마는 이들이 많았다. 학벌, 나이, 신체 조건 등에 취업용 등급이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토를 달 수 없는 사회 정의임에도 지금껏 우리 사회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적 잣대였다.

대다수가 큰 틀에는 동의할 정책임은 분명하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교한 장치 없이 명분만 좇아 서두르다가는 사회 공감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벌써 우려와 불만이 적지 않다. “노력의 결과물인 좋은 대학, 좋은 학점이 왜 숨길 일이냐” 등의 항의를 억지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취지는 나무랄 데 없지만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인상이 짙다. 사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거대 정책을 공론화 없이 하루아침에 발표한 것도 그렇다. 새 정부는 이미 30% 지역할당제, 5% 청년고용 할당제를 공언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서 지역 인재와 청년은 계속 따로 배려하겠다는 뜻인지 어쩐지 그것부터 궁금하다. 정책은 어떤 순간에도 과정과 결과가 예측 가능해야 한다.

민간 기업도 동참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뜻이다. 주요 대기업들에 입사 지원서와 면접 방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홍보할 계획이다. 이런 정부의 노력에 기업들은 동참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업종의 특성을 고려할 수 없는 ‘깜깜이’ 채용의 한계를 못 벗어난다면 눈치만 살피다 흐지부지할 가능성이 크다. 모호한 채용 기준은 학벌 문턱을 넘는 것보다 더 큰 불평등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앞선다. 해외 선진국들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다.

평등은 그 어떤 개념보다 우위의 가치다. 블라인드 채용이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산하려면 준비가 탄탄해야 한다. 입사 지원서의 여과 기준이 애매하면 당장 필기시험 난도가 높아지고 면접 전형이 세분화할 것이 뻔하다. 정답도 없는 스펙 쌓기를 지금보다 몇 배나 더 해야 할지 모른다. 정부는 기존 서류 심사의 주요 척도였던 학력을 대신할 평가 요소가 무엇인지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선의의 정책이 뒷심을 받을 수 있다.
2017-07-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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