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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까지 개시 못했어요”…홀로 앉아있는 전통시장 상인

“오후 4시까지 개시 못했어요”…홀로 앉아있는 전통시장 상인

입력 2017-01-01 15:04
업데이트 2017-01-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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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키우면서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장사 안돼”

“작년 연말이랑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은커녕 3분의 1이나 될까…”

지난 연말 찾은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연말 백화점 매출이 전년보다 줄고 소비자심리와 체감경기가 금융위기 후 7년여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한 가운데, 전통시장은 ‘소비절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말과 새해를 맞아 북적여야 할 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광장시장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나마 눈에 띄었다.

광장시장의 명물인 김밥과 빈대떡 등 분식을 파는 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들었지만, 그 외 상점들은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복과 의류 등을 파는 가게 앞에는 옷감만 쌓여있을 뿐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상인들은 모두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 호소했다.

생선을 파는 최 모(77·여) 씨는 “지금 시국이 어수선해서 사람들이 돈을 안 쓰고 지갑을 딱 닫아버렸다고 한다”며 “오늘은 겨우 개시는 해서 갈치 한 마리 팔았지만, 어제는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개시도 못 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내가 여기서 40년 넘게 장사했는데 예전에는 신정을 앞두고도 시장에 사람이 많았다”며 “예전 같으면 이 기간에 여기에 서 있을 수도 없이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최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손님 서너 명이 좌판 앞에 멈춰 서서 생선 가격을 묻고 갔지만 아무도 실제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그중 한 명은 조기 가격을 묻고 “조금 더 돌아보고 집에 가기 직전에 사 갈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갔지만 최 씨는 “말만 그렇게 하는 거고 다시 안 올 거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난 이제 나이도 많고 아이들도 다 크고 손주까지 봐서 괜찮지만 여기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 중에 애들 키우는 사람들은 이렇게 장사가 안되면 먹고 살기 힘들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최 씨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콩 등 곡물을 파는 70대 여성 상인도 “시국이 이래서 사람들이 시장에 오지 않는다”며 “장사한 지 40년 정도 됐는데 요즘이 가장 잘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상인은 “대기업도 잘 안 된다고 하던데, 대기업이 잘 돼야 돈이 돌고 돌아 우리도 다 잘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경기가 안 좋으면 젊은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남대문 시장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은 손님을 응대하는 대신 먼 곳을 보며 홀로 앉아있거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양말 등을 파는 한 남자 상인은 동료에게 “개시도 못 했는데 밥이나 먹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시장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관광객들뿐이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관광객들이 꾸준히 오긴 하지만, 중국인들은 줄어든 것 같다”며 “사드 때문이라는데 중국 정부가 막으면 별수 있겠나”고 말했다.

새해가 돼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상인은 없었다.

남대문 시장의 한 상인은 “계란값도 지금 한 판에 만 원을 넘는다는데, 그렇게 물가도 오르게 되면 사람들 지갑은 더 안 열릴 것”이라며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상인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대목인 구정 연휴때도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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