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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복구비 3% 지원에 싸구려 기와 얹은 경주한옥촌

지진복구비 3% 지원에 싸구려 기와 얹은 경주한옥촌

김상화 기자
김상화 기자
입력 2016-10-31 17:54
업데이트 2016-11-0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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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기와 복구 비용 3000만원…정부보상금 고작 100만원 불과

주민들 “절반 함석기와로 교체… 천년고도 고풍스러운 멋 훼손”

한옥 기와 교체 전후 지난 9월 13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의 주택 지붕 기와가 전날 지진 영향으로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한옥 기와 교체 전후 지난 9월 13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의 주택 지붕 기와가 전날 지진 영향으로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9·12 지진 피해를 입은 이해준(여·경주시 황남동 포석로 1068번지 15-12)씨의 한옥 지붕에 함석 기와가 올라가 있다. 이씨는 지난 29일 지붕을 수리하면서 재래기와를 함석 기와로 전면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9·12 지진 피해를 입은 이해준(여·경주시 황남동 포석로 1068번지 15-12)씨의 한옥 지붕에 함석 기와가 올라가 있다. 이씨는 지난 29일 지붕을 수리하면서 재래기와를 함석 기와로 전면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9·12 경주 강진’으로 피해를 본 전통 한옥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지붕을 원래 재래식 골기와에서 값싼 함석 기와 등으로 대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천년고도 경주시가 자랑하는 한옥마을의 고풍스러운 멋과 품격이 크게 훼손된다고 비판한다. 피해 주민들도 시의 형편없는 보상 탓에 불가피한 조치라며 억울해했다.

31일 경주시와 국가한옥센터에 따르면 경주 강진으로 전통 한옥 1202채가 피해를 입었다. 경주지역 피해 주택 4996채 가운데 24%이다. 특히 신라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된 황남동은 한옥 224채 가운데 52채(23.2%)가 피해를 입었다. 피해 대부분인 82%가 기와 파손이었다. 담장 11%, 벽체 5% 순이다. 전파(全破)는 1채에 불과했다. 지진 5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80% 정도를 복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흙으로 구워 만든 재래식 골기와가 시멘트 기와와 함석 기와로 대체된 것이다. 한옥의 고아한 이미지가 크게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기자가 찾은 황남동은 실제 그랬다. 황남동주민자치센터 인근 한옥 지붕에 시멘트 기와와 함석 기와가 올라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황남동 첨성로 81번길, 포석로 도로변 한옥도 그랬다. 경주시가 도시계획조례로 재래식 골기와를 사용하도록 행위를 엄격히 제한했지만, 소용이 없다.

한옥 피해 주민들은 “예전처럼 재래식 기와로 전체를 복구하려면 복구비가 채당 3000만~4000만원 정도가 들지만, 정부의 보상비는 고작 100만원이 전부이고, 그 무렵에 태풍과 가을비가 내려 급히 보수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함석 기와로 한옥의 꼴이 말이 아니지만 별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정부는 지진 탓인 주택 파손이 소파(小破)이면 주택당 100만원, 전파면 900만원, 반파 450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문화재 보수기술자들은 “한옥 지붕은 부분 훼손되어도 누수가 되기 때문에 100% 해체해서 다시 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한옥 지붕 기와를 시멘트 기와로 전면 교체했다는 권영운(79·첨성로)씨와 지붕을 함석 기와로 교체한 이해준(81·여·황남동)씨, 박상녀(82·여·황남동)씨 등은 “박근혜 대통령이 다녀가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는가 기대했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었다”면서 “특히 경주시는 피해 한옥 절반이 함석 기와 등으로 교체됐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사문화미관지구 내 한옥에 함석·시멘트 기와를 이면 불법 건축물이 된다.

이에 경주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경제적인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단속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천년고도 경주 한옥마을의 고풍스러운 옛 모습을 하루빨리 되찾을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2016-11-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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