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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각주차·경사로… ‘불면허’ 시험 예고

직각주차·경사로… ‘불면허’ 시험 예고

이성원 기자
입력 2016-10-20 22:52
업데이트 2016-10-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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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부터 새 운전면허 코스… 장내기능시험장 미리 가보니

“신호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하셨습니다. 실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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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새 장내기능시험에 응시한 서울신문 이성원 기자가 ‘직각주차’ 구간에서 후진 주차를 성공시켰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새 장내기능시험에 응시한 서울신문 이성원 기자가 ‘직각주차’ 구간에서 후진 주차를 성공시켰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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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진 기자가 언덕에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경사로 코스’를 지나는 모습.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명희진 기자가 언덕에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경사로 코스’를 지나는 모습.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2종 보통(자동) 장내기능시험을 치르던 명희진(29) 기자가 머쓱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오르막 구간’과 ‘직각주차’(T자 주자)는 무난하게 소화했지만 교차로 정지신호에 ‘너무 여유롭게’ 반응하는 바람에 차 범퍼가 정지선을 살짝 넘어 실격당했다. 이날 함께 시험을 본 이성원(31) 기자는 100점 만점에 합격 기준인 80점을 받아 간신히 합격했다. 2014년 12월 1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따 주말에만 운전해 온 이 기자는 ‘방향지시등’과 직각주차에서 점수가 깎였다.

두 기자가 체험한 새 운전면허코스는 오는 12월 22일부터 적용된다. 경찰청이 예고한 대로 현재 시험코스와 비교해 현저하게 까다로워졌다. 지금까지 면허시험은 차량 조작 능력과 차로 준수, 급정지 등만 평가하면서 ‘물면허시험’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시동 걸고 50m만 주행하면 합격”이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였다.

장내기능시험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응시한 결과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해 9월 운전면허시험(2종 보통)에 합격해 거의 매일 운전을 해 온 명 기자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으면 떨어지기 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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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장내기능시험은 경사로, 좌·우회전, T자형 주차, 신호 교차로, 가속이 추가됐다. 주행거리도 300m 정도로 길어지면서 시험을 보는 데 15분 정도 걸렸다. 학과시험은 현재 730문항에서 1000문항으로 늘었다. 도로주행은 평가항목이 87개에서 59개로 줄었다지만 우선 장내기능시험에 합격한 뒤 얘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면허시험을 현재와 같이 간소화시킨 2010년 이전의 장내기능시험 합격률은 69.6%였는데 지금은 92.8%까지 치솟았다”며 “올해 말 새로운 코스를 적용하면 다시 70%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1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운전면허가 없는 응시생 40명에게 변경되는 장내기능시험을 적용하니 합격률이 80%였다.

새로 추가된 ‘신호 교차로 구간’에서 신호를 위반하거나 앞 범퍼가 정지선을 넘으면 감점이 아니라 바로 ‘실격’이다. 가장 어려운 코스는 주차 능력을 검증하는 직각주차였다. 2010년 이전에도 있었지만 도로 폭이 3.5m에서 3m로 좁아졌다. 명 기자는 직각주차를 단번에 성공해 박수를 받았지만, 이 기자는 차선을 밟지 않으려고 차를 앞뒤로 여러 차례 움직여야 했다. 바퀴가 차선을 밟은 경우, 주차 완료 후 주차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은 경우, 지정 시간(2분)을 초과한 경우 각각 10점이 감점된다.

곳곳에 감점 요소들이 숨어 있다. 방향지시등 작동 여부에선 두 기자 모두 감점을 당했다. 현행 시험에서는 출발하고 종료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도 된다. 새 시험에서는 방향을 전환할 때, 출발할 때, 종료할 때 모두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 명 기자는 차를 출발할 때 이를 놓쳐 5점이 감점됐고, 이 기자는 출발과 도착 모두 켜지 않아 10점이 깎였다. 체험을 안내한 김호진 도로교통공단 면허시험처 차장은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출발하는 것”이라며 “시험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소한 것에서 실수를 줄여야 합격권 내에 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르막 구간도 난코스로 꼽힌다. 2종 보통 자동으로 운전면허시험을 보면 문제가 없지만, 수동 변속기인 1종 보통으로 시험을 본다면 기어를 바꾸는 동안 시동이 꺼져 실격당하기 쉽다. 경사로에서 정지한 뒤 후방으로 50㎝만 밀려도 10점이 감점되고, 1m 이상 밀리면 바로 실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민들의 호주머니 부담을 덜어 준다는 취지로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되자 2011년 이후 교통사고율이 증가해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6-10-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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