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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뼈가 ‘인류세’ 대표 화석에 등극하기까지

닭 뼈가 ‘인류세’ 대표 화석에 등극하기까지

입력 2016-09-01 16:17
업데이트 2016-09-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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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엔 돼지고기 제치고 육류소비량 1위

양계장.
양계장.
품종개량·공장형 양계장 덕분 연간 600억마리 도축

지질학자의 분류대로라면 현재는 1885년 만국지질학회에서 채택한 ‘현세’(現世·Holocene)로 분류된다.

그러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환경 변화 등을 근거로 네덜란드 화학자인 파울 크뤼천은 지난 2000년 현세를 ‘인류세’(Anthoropocne·人類世)로 명명해 별도로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국제지질학연합 ‘국제지질학회의’(IGC)에서 각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그룹(AWG)은 1950년께 지구가 ‘인류세’에 돌입했음을 선포하도록 권고했다.

이들은 원자폭탄 실험으로 생긴 방사성 물질, 플라스틱의 급증과 함께 닭 뼈의 증가를 다른 시기와 명확히 구분될 인류세 진입의 확실한 증표로 꼽았다.

공룡 뼈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부터 백악기말을 대표하는 화석이 된 것처럼 닭 뼈가 미래 지질학자에게 ‘인류세를 대표할 화석’이라고 이들은 장담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 까닭을 소개하며 닭 사육 실태, 소비 현황, 품종 개발의 역사 등을 되짚었다.

닭은 한해 600억 마리가 소비돼 70억 인류가 8마리 반을 먹는 꼴로 세계에서 가장 수가 많은 조류로 꼽힌다.

인류세 워킹그룹을 이끈 얀 잘라시에비치 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닭이 세계에서 가장 흔한 조류가 됐다”며 “세계 수천 곳의 쓰레기 매립지와 길모퉁이에서는 닭 뼈가 화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닭은 미국 정부와 가금류 기업인 ‘A&P’가 더 빨리 자라고 살찐 품종을 육성하기 위한 대회인 ‘내일의 닭’ 대회를 연 194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우승 품종인 ‘아버 에이커’(Arbor Acres)가 현재 세계 양계 품종을 장악하고 있다.

애초 닭의 조상인 적색야계(Gallus Gallus)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로 잘 날지 못해 7천∼1만년 전부터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해 세계에 퍼졌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주로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을 길렀고 수탉이나 달걀을 낳지 못하는 노계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특식용’이었다.

닭의 공장형 사육은 햇볕을 쫴야만 생성되는 비타민 D가 인공적으로 개발돼 닭을 실내에서 연중 키울 수 있게 되면서부터 가능해졌다.

여기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부화장과 곡물 공급창, 도계 시설을 합친 공장형 농가가 등장해 대량 사육이 시작됐고, 백신과 항생제 개발로 좁은 우리에 가둬 키우는 양계장이 퍼지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닭은 부화해 성계가 되는 데 18주가 걸렸으나 품종 개발로 이제는 6주가 되면 도축이 가능할 정도가 된다.

영국에서는 1950년 가계가 소비한 닭은 모두 100만 마리였으나 15년만인 1965년에는 15배인 1억5천만 마리로 급증했다.

공장형 양계장의 등장으로 닭의 품종은 급감해 고대 닭 품종의 절반가량은 현재 없어진 상태다.

현재 닭은 대부분 뼈가 굵어 조상 닭들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특히 무역의 증가로 양계장 닭은 더 널리 퍼져 현재 소비되는 닭의 75%는 공장형 양계장에서 나온다.

육계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2020년에는 닭이 돼지고기를 따돌리고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가 될 것으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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