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주자들, “朴정부 성공” 외치면서도 임기후반 상황 고려2년 전엔 “사랑은 후회 않는것” “대통령 그만팔자” 호소까지

여권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으로 통해왔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30%대를 유지해온 덕분에 새누리당의 모든 당내외 선거에 있어 ‘박근혜 마케팅’은 승리의 보증수표로 여겨져왔다.

4·13 총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9일 당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도 주자들이 여전히 박 대통령을 활용한 선거전략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마케팅이 예전같지 않고 열기도 과거에 비해 식은 듯하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당권주자들이 지지층 사이에서 여전히 높은 박 대통령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총선 패배에 이어 임기 후반기에 놓인 현 정권의 상황을 동시에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정병국 후보가 1일 YTN 라디오에 나와 범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해 “비겁하다”고 꼬집은 것은 이같은 마케팅 전략의 변화를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여태까지 친박 마케팅을 통해 입지를 다져왔던 사람들이, 불리한 국면이 되니 친박이 아니라고 했다가, 국면이 바뀌면 또 친박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합동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은 이주영 정치의 숙명”이라고 했다. 친박계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들고 나왔던 이 후보가 계파적 중립을 주장하면서도 박근혜 마케팅에는 열을 올린다는 게 정 후보의 비판 요지다.

정 후보가 이 후보를 비판했지만 정작 그 역시 전날 합동연설에서 “친박만의, 진박(진실한 친박)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위대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박근혜 마케팅은 빼놓지 않았다.

친박계 당권주자인 이정현 후보는 이날 PBC 라디오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예전같지 않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총선이 치러진 지 얼마 안 됐고, 새누리당이 아주 모질게 심판을 받은 총선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상황과 현재 상황이 달라진 만큼 ‘러브콜’ 일변도의 마케팅으로는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그는 “항상 정권 시작에는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로 지지율도 높고, 기대감도 많고, 주문도 많다”고 설명했다. 후보들이 너나없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외치지만, 현 정권이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상황임을 의식하면서 당권 레이스에 임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고위원에 도전한 친박계 이장우 후보는 전날 합동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아무 일도 못 할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도는 31.6%로 지난주보다 3.8%포인트 하락했다.

박근혜 마케팅의 열기는 2년 전 7·14 전대와 견주면 확연히 식었다고 볼 수 있다. 임기 사이클과 정권의 인기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염량세태’라는 자조 섞인 반응조차 나온다.

당시 김무성 후보는 “우리가 박 대통령을 구해드려야 한다”고, 서청원 후보는 “누가 박 대통령을 공격하더라도 나는 박 대통령과 정치 운명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는 “사랑은 모든 것을 다 잃어도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며 ‘구애 작전’도 폈다.

심지어 박창달 후보가 “무슨 ‘박(朴)’이 그렇게 많으냐”며 “대통령 마케팅 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