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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플라토”… 마지막 전시는 中 현대미술 작가의 ‘문명 통찰’

“굿바이, 플라토”… 마지막 전시는 中 현대미술 작가의 ‘문명 통찰’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4-28 18:20
업데이트 2016-04-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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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폐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中 리우웨이 개인전으로 고별

서울 태평로의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1999년 로댕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삼성문화재단이 1994년 약 100억원에 구입한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을 상설 전시하기 위한 공간으로 특별히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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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룩!북!’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리우웨이.
작품 ‘룩!북!’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리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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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웨이 작품 ‘풍경처럼’(2004) 설치 전경. 2004년 상하이비엔날레에 출품해 큰 화제가 되며 당시 신예였던 리우웨이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전통적인 중국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인체의 둔부를 찍은 흑백사진이다.
리우웨이 작품 ‘풍경처럼’(2004) 설치 전경. 2004년 상하이비엔날레에 출품해 큰 화제가 되며 당시 신예였던 리우웨이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전통적인 중국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인체의 둔부를 찍은 흑백사진이다.
로댕갤러리는 3년간 문을 닫았다가 2011년 플라토라는 새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지난 17년간 50여 차례의 국내외 작가 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술현장과 소통하며 주요 현대미술을 소개해 왔다. 도심의 문화오아시스 역할을 했던 플라토는 지난 3월 삼성생명빌딩이 부영에 매각(6000억원)됨에 따라 오는 8월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플라토는 그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고별전으로 중국 차세대 대표작가 리우웨이(44)의 개인전 ‘리우웨이:파노라마’를 28일 개막했다. 플라토에서 개인전을 갖는 처음이자 마지막 작가로 기록되는 리우웨이는 톈안먼 사태 이후 성장해 국제 무대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2000년대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항저우 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하고 1999년 ‘포스트-감각적 감성’ 그룹전으로 데뷔한 그는 2005년 이후 매년 2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한편 다수의 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서구의 시각에 길들여진 중국의 이미지에 반대하는 리우웨이는 자기 반성적 시각으로 중국사회를 바라보는 작업을 통해 현대 중국의 급격한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와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해 왔다. 건축 폐기물이나 버려진 책 등 익숙하지만 낯선 재료들을 노동집약적인 수작업으로 쌓거나 그리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피부로 느낀 현실에 상상력을 입힌 결과 새로운 도시 풍경이 탄생하고, 작품들은 확장된 시간과 공간을 통해 인류문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는 ‘포스트-감각적 감성’전에 선보였던 ‘참을 수 없는’을 시작으로 2004년 상하이비엔날레에서 큰 화제가 되며 국제적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풍경처럼’, 2011년의 ‘하찮은 실수’연작, 최근 작품인 ‘룩!북!’, 회화작업 ‘보라색 공기’ 등 작가의 20년에 가까운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하찮은 실수’는 그가 2009년부터 진행 중인 조각작업으로 베이징의 재개발 현장에서 버려진 건축폐기물을 수집해 쌓아올린 정체 불명의 기념비 같은 조형물이다. 병원, 공공청사, 학교 등에서 나온 문짝, 창문틀을 붙여 만든 조형물 덩어리의 외관에는 흘러간 시간과 공간, 체제와 이념들이 색바랜 기록처럼 담겨 있다.

가상과 실재가 혼재하는 풍경 아닌 풍경들은 플라토의 글래스 파빌리온에 맞춘 신작 ‘파노라마’로 확장된다. 반투명 플라스틱, 양철 등의 재료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로댕의 ‘지옥의 문’ 앞에 설치한 작품에 대해 리우웨이는 “로댕의 ‘지옥의 문’에 조응하는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으로 고대 아레나의 개념에서 출발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실재와 가상의 스펙터클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8월 14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4-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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