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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당국은 봐주고, 면허는 죽을때까지…의사 범죄에 제동 없다

사법당국은 봐주고, 면허는 죽을때까지…의사 범죄에 제동 없다

입력 2016-04-28 15:47
업데이트 2016-04-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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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잇단 탈선…“히포크라테스 정신 되새길 때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할 정도로 의사들의 불법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행기에서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며 난동을 부리거나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병원 직원을 폭행하고 심지어 환자를 성추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의사들의 불법 일탈행위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의사면허는 종신제여서 부적절한 의사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고, 비위 의사에 대한 행정·사법 당국의 대응도 솜방망이식인데다 의사들의 무너진 사회 윤리의식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의사 면허는 ‘종신제’…부적절 의사 걸러내는 시스템 부재

국내에서 의사 면허증을 한 번 발급받으면 평생 면허가 유지된다.

의료법 제65·66조에 따라 취소와 정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하지만, 취소 처분을 받더라도 1∼3년 등 일정 기간만 지나면 재교부 신청 절차를 통해 면허증을 재발급 받을 수 있다.

정지 처분은 1년의 범위에서만 자격 정지가 이뤄진다.

미국과 영국 등 의료 선진국은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별도 기구를 두고 정기적으로 면허 갱신이나 연수 교육, 진료 적절성 평가 등을 거쳐 의사의 질을 관리한다.

국내는 의사 면허를 발급받고서 3년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취업상황 등을 신고하고, 일정 시간의 보수교육만 받으면 면허를 유지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국내 의사 면허 관리제도의 허점은 지난해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유발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뇌병변장애 등급을 받아 진료할 수 없었던 원장을 대신해 아내가 2012년부터 무면허로 환자 진료를 도맡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남편 대신 보수교육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제도 개선방안으로 보건복지부가 의사가 건강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 진료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동료 의사가 평가하는 ‘동료 평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의사들 간의 고소·고발과 불신을 조장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 ‘행정처분 불복’ 이의 제기하면 감경…사법당국도 ‘온정’

2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 행정처분심의위원회(행심위)를 개최, 범법 행위 등으로 행정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료인에 대한 처분을 심의한다.

행정처분의 적정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장치라는 주장도 있지만, 행정당국의 ‘봐주기용’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해 4차 행심위에서는 자격 정지 기간에 행한 의료 행위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의사 3명이 행심위를 통해 감경 처분을 받았다.

행심위는 이들이 고의성은 없었고 행정 절차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 취소 처분을 자격 정지 수준으로 낮췄다.

1차 행심위에서는 리베이트 수수, 자격정지 기간 의료행위 등으로 적발된 의료인 27명에 대한 행정 처분이 모두 감경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4회에 걸쳐 행심위를 개최한 복지부는 568명의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을 감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인 별로는 의사 116명, 한의사 4명, 치과의사 5명, 간호사 443명 등이다.

사법당국의 온정적인 태도도 문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강산 판사는 서울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다 의료사고를 낸 여의사 A(36)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A씨는 레이저 시술을 하다가 환자의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혀놓고도 ‘환자가 태양에 화상을 입었다’고 진료기록부에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의사는 피해 여성이 의료 사고의 중요 증거인 진료기록부 발급을 요구하자 기록부에 ‘여성이 수술에 들어가서야 필러 시술 사실을 말했다’고 거짓으로 기재하는가 하면, 자신의 의료 과실이 만든 환자의 화상을 ‘태양에 의한 화상’이라 적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가 고의가 아니었던 점, A씨가 범죄 전력이 없는 점, 금고 이상의 형으로 일정 기간 의사 자격 상실되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며 선처했다.

◇ “황금만능주의 사고 탈피…히포크라테스 정신 새겨야”

세계 각국 의과 대학에서는 졸업생들이 정식 의사가 되기 전에 ‘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를 낭독한다.

서구의학 선구자인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BC 460∼377)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 의사다.

선서에 따르면 졸업생들은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중략)” 등의 내용을 낭독한다.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 환자 건강과 생명 최우선, 고귀한 전통과 명예 유지, 사회적 지위를 초월한 환자에 대한 의무 이행 등 의사로서 지켜야할 윤리와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의사들의 사회 윤리의식도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라며 “의사들의 잇따른 타락과 범죄를 막으려면 관련 법 제도 정비도 필요하지만, 의사 졸업생 시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며 다짐했던 원칙들을 되새기며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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