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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막기 대출’ 허점 노려 조폭과 12억 챙긴 펀드매니저

‘돌려막기 대출’ 허점 노려 조폭과 12억 챙긴 펀드매니저

입력 2016-04-28 12:20
업데이트 2016-04-2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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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질권 말소·재설정 과정 사각시간 1∼2분 이용해 돈 찾아가

‘돌려막기’식 대출의 허점을 이용한 신종 수법으로 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등 12억원을 가로챈 펀드매니저와 조직폭력배 등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주식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을 다른 금융사에서 빌린 돈으로 갚는 과정의 사각시간을 이용해 대출금과 주식처분금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 등)로 총책 최모(43)씨와 펀드매니저 김모(35)씨 등 8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0일 급전이 필요한 ‘바지(명의대여자)’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해 예수금 3억원을 입금한 다음, 이 돈으로 한 저축은행에서 주식담보대출(스톡론) 6억원을 받았다.

이어 8일 후 이 대출금을 갚겠다며 대출중개모집업체를 통해 다른 저축은행에 대환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환대출금 6억원이 입금되자 이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대출금을 상환받을 예정인 기존 저축은행이 담보인 주식 질권을 말소하고, 새 저축은행이 질권을 새로 설정하기까지 약 1∼2분간 관리 사각시간이 생긴다는 점을 이용했다. 그 짧은 시간에 대출금 6억원을 대포법인 계좌로 이체한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면 대출중개업체가 원격조정하는 자신들의 컴퓨터 전원을 끄고는 인터넷 연결이 잘 안 된다거나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둘러대며 시간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증권회사 직원 출신 김씨의 전문지식을 이용한 신종 수법으로 경남 통영의 펜션과 서울 시내 모텔 등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차례 총 12억원을 챙겼다.

가로챈 돈을 마카오 대포계좌로 인출해 국내 마카오 환전조직을 통해 받았다.

명의를 빌려주는 ‘바지’는 조직폭력배인 최씨의 친척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회유하거나 완력으로 위협해 모집했다.

이들은 돈을 챙기고 나서는 ‘계좌에 문제가 생겼다’는 핑계로 약속한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바지’들은 형사책임을 뒤집어쓸지 모른다는 우려와 조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당은 또 신분 노출을 막으려고 전화만으로 대출해주겠다는 저축은행을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

대면 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금융사 간 경쟁이 심해져 전화만으로도 대출되는 곳이 많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증권선물거래소 등 관계기관에 대환대출 과정에서의 사각시간을 없애고 이들과 비슷한 대출 수법을 쓰는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제도 보완을 건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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