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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가 뭐길래’…대입목맨 부모 과외교사에 19억 뜯겨

‘과외가 뭐길래’…대입목맨 부모 과외교사에 19억 뜯겨

입력 2016-04-27 17:49
업데이트 2016-04-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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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 논술교사 ‘좋은 대학’ 보내준단 말에 현혹돼 있는 돈 몽땅 털리고 7억 빚까지…가정 파산·파탄 지경

과외를 받던 수험생 부모를 상대로 대학입학 청탁 명목 등으로 무려 49차례에 걸쳐 19억원이 넘는 거액을 가로챈 명문대 출신 30대 과외교사가 구속됐다.

27일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 따르면 논술 과외교사 A(38) 씨는 명문대 법학과를 다니면서 배운 법지식과, 한 차례 입시 사기로 구속기소돼 수사를 받으면서 획득한 법원 정보 등을 활용해 자녀의 대학 입학에 목을 맨 피해자들을 무려 5년 동안이나 농락했다.

특정 학원을 통해 대학 입학을 청탁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지만 입학 청탁으로 좋은 대학에 보내주겠다고 학부모를 현혹했고, 또다른 입시생 학부모를 속인 혐의로 기소돼 수사를 받으면서 자신에게 발부된 공소장을 이용해 수사 무마 명목으로 또 돈을 뜯어냈다.

처음 A 씨에게 속아 넘어가 거액의 돈을 뜯긴 사람은 수험생 어머니 B(49) 씨였다.

B 씨는 건설업을 하는 남편 몰래 A 씨에게 돈을 건네주다 모자라자 보험을 해지하고 나중에는 전세금 담보대출을 받는 등 7억원 가량의 빚까지 지게 됐다.

모 논술학원에 돈을 주면 그 학원과 연결된 대학교의 입학전형에 아들의 이름을 올리는 방법으로 입학을 청탁할 수 있다고 속여 16회에 걸쳐 5억5천만원을 가로챘고다.

또 과외교습 기간이 끝난 뒤에는 수원지검에서 대학입학 청탁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주식투자를 위한 거래를 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증권계좌로 돈을 입금해야 한다고 속여 16회에 걸쳐 6억7천100만원을 뜯어냈다.

A 씨는 또 수원지검 담당수사관 명의 계좌로 특별형사공탁금을 내면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속여 15회에 걸쳐 6억5천650만원, 감사반에 뇌물로 줄 채권을 사야 한다고 속여 3천만 원을 가로채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특별형사공탁금이란 A 씨가 꾸며낸 것으로 공탁금을 내고 검찰 조사를 면제받는 경우는 아예 없다.

A 씨는 이즈음 또다른 입시 사기로 수사를 받고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B 씨를 속이는데 활용했다.

자신이 구속기소된 사기사건의 공소장 사본을 들이밀며 마치 B 씨와 아들이 입시청탁 관련 수사 대상자가 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또 2011년 53회 사법시험 합격자 중 자신과 동명이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법무부 장관 직인이 찍힌 사법시험 합격증서를 위조한 뒤 자신이 사법시험 합격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B 씨는 사법시험 합격증이 위조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아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기만을 바라던터라 A 씨를 더 의심하지 않았다.

가산을 탕진하고 거액의 빚까지 지며 아들의 대학 입학을 갈망하던 B 씨는 결국 남편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사업자금이 필요했지만 통장에 돈이 한 푼도 없는 사실을 남편이 알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사실을 안 B 씨의 남편이 주식 투자거래 대금 명목으로 준 돈과 특별형사공탁금 명목으로 낸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자, A 씨는 또 한 번 기발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이려 했다.

어머니 B 씨가 준 돈을 특별형사공탁금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납입했지만, 입시 청탁 사건을 수사 중인 담당 부장검사가 부당하게 계좌를 정지시켜 공탁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처럼 일을 꾸민 것이다.

이를 위해 A 씨는 남부지법 공탁공무원 명의의 공탁유가증권 출급회수 청구서, 금전공탁서 등을 위조했고, 인터넷으로 연기자를 모집해 자신이 담당 부장검사를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B 씨 부부는 뒤늦게 지난달 A 씨를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의 신속한 수사로 한 달 만에 A 씨를 구속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쏟아부은 입시 청탁금 등은 한 푼도 찾을 수 없었다.

A씨가 가로챈 돈을 모두 주식투자와 선물옵션 등으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B 씨 가정은 현재 파산 위기와 가정 파탄 위기에 몰려 엄청난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양지청 관계자는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입시 사기에 대해 “자신이 수사를 받는 중에도 또 학부모를 속여 수사 무마 비용 등으로 수 억 원을 가로채고, 자신의 수사를 담당한 부장검사 등의 이름을 도용해 일을 꾸미는 등 수법이 매우 지능적이고 치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입학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여전히 과외비라고 거짓말하는 피의자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부장검사 주임검사제 사건으로 지정했다”며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 씨에게 과외를 받은 B씨 아들은 2011년 서울의 모 대학에 입학했지만, 재수하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A 씨의 말에 속아 재수와 3수를 거듭했고, 지금은 군대에 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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