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특수관계 업체 대표도 조사

검찰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불법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최고위 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과 부산백병원 등 전국에 5개 대형 종합병원을 소유한 법인이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이달 초 인제학원 최고위 인사 A씨와 A씨와 특수관계이자 백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고 주요 부대시설을 운영하는 업체 대표 B(59)씨를 소환 조사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백병원 전·현직 관계자와 거래업체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백병원 거래업체 4곳과 B씨가 운영하는 사무실과 백병원 일부 부서 등 6곳을 압수 수색을 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수십 년간 알고 지낸 특수관계인 A씨와 B씨가 최소 수십억 원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불법 비자금의 규모와 자금 흐름을 캐기 위해 A씨와 B씨는 물론 두 사람의 주변 인물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

B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백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면서 장례식장과 식당, 커피숍, 빵집, 편의점 등 백병원의 주요 부대시설을 운영하는데, A씨 일가가 전체 지분의 80％ 이상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씨가 백병원과의 수의계약으로 의약품을 납품하거나 각종 부대시설을 운영하면서 불법 비자금을 만든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지만 B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실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비자금이 조성됐다면 A씨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불법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가 검찰 수사 핵심이다.

배임이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감사원이 인제학원을 감사한 결과를 보면, 일산백병원 등 산하 병원 2곳의 식당 임대차 계약을 일반경쟁입찰이 아닌 B씨가 운영하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고 인제대 부속 다른 병원에 비해 저가에 임대계약을 체결해 177억원이 넘는 임대료 추정 손실을 봤다.

인제학원 측은 “법인에 손해를 끼친 특수관계 업체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고 재산을 압류하는 등 손실분을 메우기 위한 법적인 조치를 이미 취했다”며 “비자금 의혹에 관해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산지검 공보담당인 윤대진 2차장 검사는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관련 사항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관련자 추가 소환조사 등을 거쳐 다음 달 안에 수사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