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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둘러보면 끝?…콘텐츠 없는 ‘김광석길’

벽화 둘러보면 끝?…콘텐츠 없는 ‘김광석길’

입력 2016-04-24 10:09
업데이트 2016-04-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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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방문객 84만명…“사진 찍고 나면 할 게 없어요”중구청 스토리하우스 건립…김광석 이름 사용 아직은 불투명

경북 포항에 사는 지수영(33·여)씨는 지난달 대구 방천시장 인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가보고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객’ 김광석을 알고 자란 세대는 아니지만,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접한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볼일 때문에 대구를 찾은 김에 평소 즐기던 쇼핑, 카페·빵집 투어를 뒤로하고 유명세를 치른다는 ‘김광석길’에 들렀다.

입구에서 쭉 걸어 들어가니 벽화와 조형물이 눈에 들어오고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왔다.

남들처럼 벽화 앞에서 사진을 몇 장을 찍고 더 들어가 봤지만, 텅 빈 야외 공연장 외에 더는 구경거리가 없었다.

골목을 돌아 나오다 들른 카페는 프랜차이즈 업소가 아닌데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즐길 거리는 벽화 앞에서 사진 찍는 것 말고는 딱히 없었다”며 “김광석의 흔적을 느낀다거나 특별한 장소라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 중에는 지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쩌다가 버스킹이라도 접하면 흥이 나지만 바로 옆 방천시장에서 간식을 사 먹고 끼니를 때우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김광석길은 출생지가 인근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2010년부터 4년에 걸쳐 중구청, 시장 상인, 예술가 등이 힘을 모아 방천둑 아래 350m 길이 골목에 조성했다.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인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휑한 옹벽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2014년 한 해에 47만7천여명이 다녀갔고 지난해에는 84만1천800여명으로 급증했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맞이할 콘텐츠는 변변치 않다.

김광석 기념 콘서트, 노래 부르기 대회 등 그를 테마로 한 공연은 평소 접하기 어렵다.

야외 공연장도 주말·공휴일 외에는 텅 비고 골목방송 스튜디오는 토요일 낮에만 잠깐 운영한다.

벽화 40점여 점과 몇몇 조형물, 간헐적인 골목투어 프로그램으로는 ‘음악여행’을 오는 이들이 뭔가 허전함을 느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광석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전시한 공간도 아직 없다.

중구청이 올해 시비 등 5억6천만원을 들여 옛 대봉경로당 건물을 ‘스토리하우스’로 리모델링할 계획이지만 아직은 ‘김광석’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고 다양한 콘텐츠 확보도 쉽지 않다. 저작권 등 문제가 얽혀 있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유족 측과 협의해 전시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때 젊은 예술가들이 곳곳에 공방을 꾸며 색다른 분위기를 내던 방천시장은 김광석 길이 뜨자마자 먹을거리 타운으로 변했다.

예술가들은 치솟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하나둘씩 떠났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는 김광석 길을 관광자원으로 우려먹는다.

지난 19일에는 도심순환형 골목투어버스인 ‘청라버스’ 시승 행사를 했다.

오는 27일부터 본격 운행하는 청라버스 운행 구간에는 김광석길과 향촌문화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3·1만세운동길, 서문시장 등을 포함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애초 김광석을 테마로 단일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이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된 만큼 대구시, 유족 등과 협의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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