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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다시 ‘뜨고’ PC방 계속 ‘지고’…엇갈린 세대문화

당구 다시 ‘뜨고’ PC방 계속 ‘지고’…엇갈린 세대문화

입력 2016-04-23 10:20
업데이트 2016-04-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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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베이비붐 세대 덕에 당구장 ‘활짝’리니지·스타 세대 스마트폰 쥐면서 PC방 ‘울상’

광진구의 건국대학교 인근 당구장 사장인 이승용(56)씨는 요새 부쩍 늘어난 50·60대 장년층 손님으로 쉴 틈이 별로 없다.

이씨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손님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손님의 20∼30%가 50대나 60대”라고 말했다.

장년층 사이에 다시 ‘당구 열풍’이 불고 있다.

대부분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한동안 놓았던 큐(당구채)를 다시 잡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건국대 인근 다른 당구장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이 당구장 직원 박모(57·여)씨는 “대학가인데도 장년층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당구대 곳곳을 오가며 연신 재떨이를 갈고 당구대를 닦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수업 듣느라 잘 안 오니까 쉬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 시간대를 50대와 60대가 채워서 하루종일 쉴 틈이 없다”며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일각에서는 당구가 다시 인기를 끄는 게 아니라, 퇴직 후 돈벌이가 시원찮은 ‘베이비부머’들이 그나마 값싸게 즐길 수 있는 당구를 치며 시간을 보낸다는 얘기도 있다.

종각역 인근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강상웅(60)씨는 “나하고 비슷한 또래 손님들을 보면 딱히 당구를 잘 치거나 좋아해서 오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술 마시고 노래 부르려면 돈이 많이 드니 당구장에서 모이는 듯하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강씨는 “우리 또래가 주로 찾는 당구장은 요금이 10분에 1천∼1천200원의 비교적 저렴한 곳”이라면서 “4명이 1만원씩 내면 당구장에서 6시간은 때울 수 있는데 요새 이만큼 싼 놀이 문화가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요샌 대부분 ‘내기 당구’를 안 치고 더치페이를 한다”면서 “경기가 안 좋을 때 그런 풍경이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당구장이 이처럼 ‘르네상스’를 맞았지만, PC방은 쇠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각역 인근의 한 PC방은 오후인데도 자리가 절반 가까이 비어있었다. 바로 옆 건물에서 북적이는 당구장과 대조를 이뤘다.

이 PC방 직원 신모(26)씨는 “여러 PC방에서 일해봤는데 주택가 PC방만 초등·중학생 손님 덕에 장사가 잘되고 번화가는 대부분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PC방 업주들의 권익보호기관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 김병수 회장은 “‘리니지’ 세대는 40대가 되고 ‘스타크래프트’ 세대는 30대가 됐는데 그들이 스마트폰 게임을 주로 하면서 PC방 손님이 줄게 됐다”고 분석했다.

인문협에 따르면 3∼4년 전 전국에 2만개가 넘었던 PC방은 현재 반 이상 줄어 9천300여개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게임회사들도 모바일에 주력하면서 과거 PC방을 먹여 살렸던 스타크래프트 같은 대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소규모로 PC방을 운영하던 서민 업주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고 푸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은 최대한 많은 욕구를 채우려 하지만 놀이로는 부분적 욕구만 충족된다”면서 “은퇴한 베이비부머는 사람도 만나고 싶고 돈도 아끼고 싶으니까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한 당구장을 찾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또 “20대는 물론 40∼50대까지 스마트폰 세대라 손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다 보니 PC방이 10대 청소년의 놀이 문화로 강등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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