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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두 천재의 감춰진 이야기

동갑내기 두 천재의 감춰진 이야기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16-04-22 17:42
업데이트 2016-04-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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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결혼과 갈릴레이가 풀어놓은 과학…

세계를 향한 의지/스티븐 그린블랫/박소현 옮김/민음사/696쪽/2만 5000원
대화/갈릴레오 갈릴레이/이무현 옮김/사이언스북스/688쪽/3만원
새로운 두 과학/갈릴레오 갈릴레이/이무현 옮김/사이언스북스/424쪽/2만 5000원


태어난 해가 똑같다. 한 명은 인류를 매료시킨 위대한 작가가 됐고, 또 다른 한명은 현대 과학 문명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가 됐다. 그 두 천재에 대한 책이 동시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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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부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에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생가. 민음사 제공
영국 남부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에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생가.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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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의 성트리니티교회에 있는 셰익스피어 무덤. 민음사 제공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의 성트리니티교회에 있는 셰익스피어 무덤.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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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장갑은 17세기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가죽, 새틴, 그리고 금실로 짠 레이스로 장식돼 있다.  민음사 제공
사진 속 장갑은 17세기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가죽, 새틴, 그리고 금실로 짠 레이스로 장식돼 있다.
민음사 제공
두 사람은 23일로 서거 400주년을 맞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와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다. 먼저 ‘세계를 향한 의지: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민음사)는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스티븐 그린블랫 하버드대 교수가 쓴 셰익스피어 평전이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내면을 다룬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지난 400년 동안 독자들을 사로잡아 온 ‘작가의 대명사’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번듯한 가문 출신이 아니었고, 대학 교육도 받지 않았다. 고향인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의 가톨릭 학교에서 문법 정도를 배운 게 공교육의 전부였던 그는 1580년대 후반 런던으로 상경해 짧은 시간 만에 수십여편의 희곡을 미친 듯이 쓰며 위대한 극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셰익스피어 본인에 대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수많은 셰익스피어 연구자가 ‘그가 남긴 잉크 자국에서 그 자신에 대한 흔적은 거의 찾을 수 없다’고 탄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수세기 동안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테면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인지부터, 그가 정말 서른 편이 넘는 걸작들을 쓴 것인지 등은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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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베일에 싸인 셰익스피어의 일생을 엘리자베스 시대의 기록들을 재조명하고 셰익스피어의 사회적 관계망과 그가 쓴 작품 속에 드러난 문학사적 암시 등을 이용해 마치 숨은 퍼즐을 맞추듯 확증해 낸다. 셰익스피어는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즐겼고 그가 경험한 모든 삶의 경험이 작품의 소재가 됐다.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몇 안 되는 기록 중의 하나인 1582년 11월 28일자 문서에는 18세의 셰익스피어가 26세의 임신한 스트랫퍼드 처녀 앤 해서웨이와 결혼 허가를 받기 위해 지불한 금액이 당시로는 거액이었던 40파운드라고 나와 있다.

셰익스피어의 이른 결혼은 그의 작품들에서 낭만과 악몽으로 변주된 결혼관으로 나타난다. ‘베로나의 두 신사’와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는 연애의 환희가, 임신으로 등 떠밀려 결혼한 사내의 싸구려 감정은 ‘햄릿’, ‘맥베스’, ‘오셀로’ 등에서 불행한 결혼으로 다뤄진다.

셰익스피어가 그를 둘러싼 삶 속에서 빚어낸 문학작품을 통해 상류계급을 풍자한 가객이었다면, 동갑내기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몰락한 귀족 출신으로 과학혁명을 일으킨 천재이자 가톨릭 교회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과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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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돌고 있다는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왼쪽)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한다는 지동설을 설파한 코페르니쿠스 체계 그림. 사이언스북스 제공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돌고 있다는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왼쪽)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한다는 지동설을 설파한 코페르니쿠스 체계 그림.
사이언스북스 제공
갈릴레이가 직접 쓴 ‘대화’(사이언스북스)와 ‘새로운 두 과학’은 이런 이유로 치열한 지적 투쟁의 산물이다. 400년 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은 정식 가톨릭 교리로 채택되며 불변의 진리가 된다. 하지만 갈릴레이가 천체역학의 수학적 논증 등으로 지동설을 설파한 ‘대화’는 1632년 출간 당시 초판이 매진되면서 1633년 그가 종교재판에 서는 운명의 단초가 됐다.

두 책 모두 살비아티, 사그레도, 심플리치오라는 가상의 세 인물이 나흘간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과학의 지평을 여는 소설 형식이다. 갈릴레이는 책 속에서 이따금 동료 학자로 등장한다. ‘대화’가 천동설에 종지부를 찍는 최후의 결정타였다면, ‘새로운 두 과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에 마침표를 찍고 독창적인 실험과학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와 갈릴레이 두 천재의 작품들을 400년 넘게 인류의 위대한 지적 승리로 칭송하는 이유일 게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6-04-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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