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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의 참석한 대만 대표단, 중국 압력으로 쫓겨나

국제회의 참석한 대만 대표단, 중국 압력으로 쫓겨나

입력 2016-04-20 13:39
업데이트 2016-04-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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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만에 처음…“中, 차이잉원에 92공식 인정 압박하는 것” 분석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대만 대표단이 중국의 압박에 못 이겨 회의장에서 쫓겨났다.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은 지난 18일 벨기에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최로 30여개국 정부관리들이 참석해 열린 국제철강회의에서 대만 정부 대표단이 중국의 압력으로 회의장을 떠나야 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대만은 벨기에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타이완’(Taiwan) 명의로 선웨이정(沈維正) 대만 경제부 공업국 팀장을 단장으로 한 대만 대표단을 꾸려 지난 17∼18일 브뤼셀에서 열린 OECD 철강위원회에 파견했다.

하지만 회의 이틀째 되던 날 벨기에 측은 선 단장에게 철강 과잉생산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다.

선 단장이 고위급 관료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벨기에 측 설명에 대해 대만은 참가국 대표단 단장의 절반 정도가 선 단장과 비슷한 직급의 관료라는 점을 들어 부당함을 호소했으나 결국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만의 거센 항의 끝에 벨기에 당국자는 중국 대표단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 같은 국제회의에서 대만 대표단의 퇴출은 사실상 1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대만이 지난 2005년 OECD 철강위원회에 옵서버로 참가해오다가 2013년 OECD가 대만의 자격을 ‘참가국’으로 바꾼 이후 대만이 계속 정식 회원국 신분으로 회의에 참석해왔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20일 취임할 예정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인에 대해 중국이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국제기구에 대만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요구해오다 친중국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만의 대외관계에 대한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려 왔다.

하지만 대만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은 대만 수교국이었던 감비아와 외교관계를 재개하고 케냐에 체류하고 있던 대만 범법 혐의자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며 대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안펑산(安峰山)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기구가 규정에 따라 대만 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주최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WHA)에 이전처럼 대만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 정부는 아직 WHA 초청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한편 OECD 철강위원회 참석을 거부당한 대만은 이후 대륙위원회와 유럽연합(EU) 주재 대표처를 통해 벨기에, OECD, 중국 측에 거센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양수메이(楊淑媚) 대만 경제부 국제무역국 부국장은 이에 대해 “항의를 받은 벨기에 정부가 우리측에 사과의 뜻을 전해왔으며 대만 대표단이 앞으로 다음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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