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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 美 망명 쿠바인 200만명… 年 3조 4500억원 고국에… 美대선도 ‘난민 문제’ 시끌

[글로벌 인사이트] 美 망명 쿠바인 200만명… 年 3조 4500억원 고국에… 美대선도 ‘난민 문제’ 시끌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4-18 22:56
업데이트 2016-04-19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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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정상화 후 쿠바인들 美 밀입국 급증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이후 쿠바인들의 미국 밀입국 시도가 크게 늘어나 국제적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주요 미국행 경로인 중남미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오도 가도 못한 쿠바인들이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나서 해당 국가 정부에 “쿠바 이민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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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수는 11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560만명 정도가 멕시코인들이다. 그다음이 쿠바인들로 200만명 정도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대거 건너갔다. 쿠바 인구가 11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한두 집에 1명 정도는 미국 망명자가 있다고 봐도 된다. 이들이 쿠바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돈만 연간 30억 달러(약 3조 4500억원)로, 쿠바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한다.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인들의 전통적 밀입국 경로는 어떤 식으로든 멕시코에 도착한 다음 자동차 트렁크 속에 숨는 방법 등으로 삼엄한 경비와 거대한 철책으로 막혀 있는 멕시코~미국 국경선을 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통 하루 2000명 정도가 입국을 시도해 1000명 정도가 성공하는 것으로 미 이민국은 추정한다. 쿠바인들은 대개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는 에콰도르로 비행기를 타고 간 뒤 이곳에서부터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등을 거쳐 미국에 들어간다. 남미에 도착하면 무작정 멕시코 쪽으로 가는 열차 지붕에라도 올라타는 등 목숨을 건 모험도 무릅쓴다.

하지만 쿠바 정부의 요청으로 남미 동맹국들이 불법 이민자 단속에 나서면서 이들의 미국행이 험난해졌다. 니카라과가 “쿠바인들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국경을 폐쇄하자 코스타리카 역시 자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쿠바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니카라과와 코스타리카 국경지대에 현재 8000명 정도의 쿠바 난민이 오도 가도 못한 채 갇혀 있는 상황이다.

쿠바인들이 이토록 멀고 험난한 우회로를 찾는 이유에 대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 관광 비자 등으로 입국한 뒤 체류기간을 넘기는 기존 방식으로는 더이상 미국에 들어오기 힘들어진 현실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브라질과 에콰도르가 대부분 국가의 관광객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도 쿠바인들이 우회 경로를 이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2014년부터는 인도 등 비(非)남미 국가 사람들이 중미 섬나라인 아이티에 도착해 쿠바 혹은 바하마로 이동한 뒤 거기서 쿠바인들과 합류해 보트로 인근 키웨스트나 마이애미로 밀항하는 ‘캐리비언 루트’도 생겨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인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에 가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중남미 지역의 경제와 치안이 너무도 나빠 자국에서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없어서다. 지난 1월 붙잡힌 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키 작은 사람이란 뜻) 호아킨 구스만은 할리우드 배우 숀 펜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시골 마을에 살면서 가족을 부양하려면 이것(마약 밀매)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미국 밀입국에 나선 21살의 한 콜롬비아 출신 청년은 “고향에서는 갱단의 지시로 강제로 조직폭력에 가담해야 했고, 마리화나 농사도 지어야 했다”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밀입국 과정 중에 정글에서 죽는 게 낫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전했다. 쿠바 역시 사회주의 경제 실패로 노동자 평균 월급이 우리 돈 3만~4만원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미국은 자신의 삶을 바꿀 유일한 탈출구라 할 수 있다.

급증하는 난민 문제는 미국 대선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으로 불법 이민자를 바라보는 민주·공화당의 견해는 크게 갈렸으며 양당의 대선주자들 또한 다르지 않다. 민주당 주자들은 포용적인 입장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국이 유엔 권고대로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역시 포괄적인 이민 개혁을 통해 서류에 등록되지 않은 이민자 1130만명을 법적으로 보호할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공화당은 불법 이민자 수용에 미온적이다. 2011년 미국에 온 시리아 난민 가운데 테러범이 2명 숨어 있었던 사례를 들며 불법 이민 단속을 강조해 왔다. 특히 ‘아웃사이더’였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막가파식’ 이민 정책을 내세워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반이민 정서를 포착한 그는 대선 출마 당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차단벽을 세워야 하며 그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하게 만들겠다”는 일성으로 정치권과 주류 언론을 경악게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4-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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