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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작가 4명이 저작권법 위반사건 37%를 고소한 이유는

무협작가 4명이 저작권법 위반사건 37%를 고소한 이유는

입력 2016-04-18 07:04
업데이트 2016-04-1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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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민사절차 없이 합의금 받아 고소 취하 목적” 의심경미한 사건 ‘무더기 고소’에 수사력 낭비 우려…대책 마련 고심

전국에서 발생하는 사이버범죄를 집계하고 분석하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는 언제부터인가 4명의 이름이 유명인사처럼 회자되고 있다. 다름 아닌 국내 무협소설계 유명 작가들이다.

이들이 경찰 내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그 반대다. 인터넷상에 자신들의 작품이 텍스트 파일로 변환돼 마구 돌아다닌다며, 유포자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무더기로 제출하기 때문이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A씨 등 무협소설 작가 4명이 작년 한 해 경찰에 고소한 사건은 지난해 경찰이 접수한 온·오프라인 저작권법 위반 사건 3만8천334건의 약 37%(1만4천187건)에 달한다. 3건 중 1건이 이들의 고소인 셈이다.

A씨 등이 작품 유포자를 고소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먼저 개인 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토렌트’에서 자신들의 작품이 보이면 내려받기(다운로드)를 한다.

이어 자신이 내려받는 파일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확인해 목록을 만든 뒤 고소장과 함께 경찰에 제출하면 끝이다. 웹하드 사이트에 작품 파일이 올라왔다면 올린 이의 아이디(ID)를 증거로 제출한다.

특히 토렌트는 온전한 하나의 파일을 1대 1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같은 파일을 갖고 있는 여러 이용자로부터 조각들을 동시에 전송받는 방식이다. 내려받는 사람은 1명이지만 올려주기(업로드)하는 사람, 즉 피고소인은 여러 명이 된다.

토렌트에는 지정 폴더에 저장된 파일을 자동 업로드하는 기능이 있다. 어떤 파일을 누군가가 내려받으면, 같은 파일을 먼저 내려받아 지정 폴더에 보관하던 이용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해당 파일 조각을 상대에게 전송하게 된다.

웹하드에 업로드하는 행위처럼 적극적으로 파일을 공유하려 한 것이 아니니 당사자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 역시 저작권법 위반이다.

이렇게 고발 대상자를 손쉽게 여럿 확보해 수시로 고소장을 제출하다 보니 작가 4명의 고소 건수가 1년간 1만4천여건에 이를 만큼 누적됐다. 이들 사건은 피고소인 소재지에 따라 전국 각지 경찰서에 배분됐다.

현행법상 남의 저작물을 인터넷에 올려 남과 공유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고소가 있으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그런데 사건을 접수하는 경찰은 왠지 느낌이 개운치 않다. 너무 경미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사안이 상당수여서다.

경찰은 작가 4명이 이처럼 가벼운 사안까지 모아 고소장을 내는데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저작권을 보호받는 것이 1차 목적이라면 저작권법에 명시된 권리 보호 요청 등으로 게시물 삭제나 공유 금지 등의 조치를 시도했어야 하나, 이들은 그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고소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A씨 등과 같이 ID나 IP 주소만 증거로 제출한 경우 경찰은 영장을 신청하거나 통신사에 통신자료를 요청해 피고소인을 확인해야 한다.

저작권법 위반은 대부분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다. 경찰은 이들이 일단 고소장을 낸 뒤 경찰 수사를 거쳐 피고소인이 특정되면 그와 접촉해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무협소설 전자책 1권 가격은 대개 3천원대다. 이들 작가가 피고소인에게 합의금으로 요구하는 금액은 30만∼50만원이므로 1천건만 합의에 성공한다고 쳐도 3억원 이상을 받는 셈이라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이처럼 인터넷상의 저작권법 위반 고소 사건이 민사 절차 없이 바로 상대방을 압박해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전락, 전과자를 양산하고 수사력 낭비를 초래하는 사례가 많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저작권법 위반 사건 통계를 보면, 형사 처분이 완료된 사건 2만7천133건 중 기소 처분된 것은 2천397건으로 10%에도 못 미쳤다.

반면 합의 등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된 사건이 1만3천93건(48.3%), 경미한 사안 등에 내리는 기소유예가 7천438건(27.4%)으로 훨씬 많았다. 이밖에 혐의없음 1천968건(7.3%), 피고소인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기소중지 2천228건(8.2%) 등이었다.

경찰은 보호 가치가 있는 저작물은 철저히 보호하되, 수사력 낭비를 막고자 이같은 ‘대량 고소’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 고소에 앞서 저작권위원회를 통한 문제 해결 절차를 반드시 거치게 하는 방안 도입을 저작권위에 건의할 것”이라며 “즉결심판 제도를 경미한 저작권법 위반 사건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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