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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경계용 ‘이지스’·휴대용 ‘스카봇’ 한국 군사로봇 기술 선진국 수준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경계용 ‘이지스’·휴대용 ‘스카봇’ 한국 군사로봇 기술 선진국 수준

송혜민 기자
입력 2016-04-16 14:00
업데이트 2016-04-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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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로봇 진화의 빛과 그림자

전 세계가 그야말로 테러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의 심장 파리에서 벌어진 폭탄테러 이후 프랑스와 미국은 “중단이나 휴전은 결코 없다”면서 이슬람국가(IS)의 주요 거점을 공습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어느 편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수많은 민간인과 군인이 죽어 간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피해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필요악’이라고 여긴 인류가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로봇이다. 전쟁터에 나간 군사 로봇은 군인 대신 총을 쏘고, 정찰에 나선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군사로봇, 어디까지 진화했을까.

군인 대신 총을 쏘고 정찰 미션을 수행하는 군사용 로봇이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군인 대신 총을 쏘고 정찰 미션을 수행하는 군사용 로봇이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 2차대전부터 투입

로봇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익숙한 탓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에게 익숙한 로봇(Robot)이라는 용어가 처음 인류와 만난 것은 1920년의 일이다.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는 당시 발표한 희곡에서 ‘강제된 노동’이란 의미를 가진 체코어 ‘로보타’(Robota)를 본떠 ‘로봇’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용어의 역사는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이미 ‘로봇’이 존재했다. 바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청동거인 ‘탈로스’가 그것이다. 탈로스는 대장장이의 신(神)인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으로, 크레타 섬을 순찰하며 무단으로 섬에 상륙하려는 사람과 배를 엄청난 힘으로 막아 냈다. 어쩌면 인류 기록의 역사상 최초의 로봇일지도 모르는 탈로스는 현재 미군이 개발 중인 차세대 군사 로봇 ‘탈로스’(TALOS) 명칭의 시초가 됐다.

전투용 군사 로봇이 실제 전장에 투입된 대표 사례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폭전차인 ‘골리앗’ 등이 원격 조종 형태로 운용됐으며 보스니아 내전(1997~1999년)과 코소보 전쟁에도 지뢰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무인로봇이 투입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4족 견마로봇 ‘빅독’이 ‘핫’한 군사로봇으로 떠올랐다. 커다란 휠로 움직이는 팩봇과 달리 다리를 이용해 보행하며, 150㎏의 짐을 짊어지고도 산을 오르내리는 등 군용 물자 수송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한국 ‘경계 로봇’ 이라크 파병·DMZ 배치

2000년대에 들어 군사 로봇이 승리 전적을 쌓는 공신으로 자리잡으면서 한국 역시 전투용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05년에는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이지스 로봇을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 실전 배치했다. 경계용 로봇인 이지스 로봇은 주야간 목표 식별과 추적 및 K2 소총을 이용한 사격도 가능하다.

2007년에는 지능형 감시경계 로봇이 비무장지대에 배치됐고, 2010년에는 한국의 퍼스펙이 개발한 휴대용 다목적 군사 로봇 ‘스카봇’이 선보였다. 최근에는 드론이나 무인수색차량 등의 장비 개발에도 예산이 쏟아지면서 기술 수준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2013년 국방기술품질원이 발표한 국방과학기술조사서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용 지상로봇 기술 수준은 선진권에 속한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미국이 1위(100점)에 올랐고, 뒤를 이어 이스라엘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이 최선진권(100~91점) 및 선진권(90~81점)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한국은 81점으로 일본 다음을 차지했다.

군사로봇 기술 발전을 위해 로봇이 전투를 벌이는 ‘초대형 전쟁터’인 국방로봇센터도 국내에 처음 마련될 예정이다. 2년 내에 모습을 드러낼 이곳은 군인들이 부대에서 훈련을 받듯 로봇 역시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도 높은 테스트를 받는 장으로서 370만㎡(약 112만평) 규모의 부지에 국방로봇연구센터 및 26종의 실험·시험장비가 들어선다.

●‘킬러 로봇’ 통제·윤리 문제 고민해야

이처럼 군사 로봇이 정교해질수록 인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결국 군사 로봇은 전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살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군사 로봇이 원격 무인 조종으로 움직이는데, 그렇다면 사람의 조종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군사 로봇의 행위 역시 살인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전쟁터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과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것 사이에는 어떤 윤리적 차이점이 존재할까. 설사 아군과 적군 모두 로봇 군사를 내보내 병사의 피해를 줄인다 한들 조종당하는 로봇끼리의 전쟁을 지금과 같은 전쟁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윤리적 논란을 피하기란 어렵다.

더 나아가 원격 무인 조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군사 로봇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곧 군사 로봇에는 스스로 적을 판단하고 공격할 줄 아는 능력이 탑재될 것이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싸움터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로봇에게 판단 실수나 전시 규칙 위반 등의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다.

영화 ‘아이언맨’에는 이처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그 어떤 인간보다도 똑똑하고 전투능력도 높지만, 때로는 통제 불능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아이언맨의 로봇들을 킬러 로봇 또는 살상용 로봇이라 부른다.

인류는 이제 고민해야 한다. 킬러 로봇이 될지도 모르는 군사 로봇을 어디까지 ‘키울’ 것인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그리고 과연 전쟁과 살상을 위한 군사 로봇이 진정 필요한 것인지를 말이다.

huimin0217@seoul.co.kr
2016-04-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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