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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로 비칠라’…히로시마서 ‘스포트라이트’ 피한 케리 美국무

‘사죄로 비칠라’…히로시마서 ‘스포트라이트’ 피한 케리 美국무

입력 2016-04-11 17:37
업데이트 2016-04-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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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직각료로는 71년 만에 방문이동때 대열 뒤쪽에서 따라가고 묵념땐 턱만 약간 내려

1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이하 평화공원)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태도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방문이 원폭 투하에 대한 무언의 ‘사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됐다.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의 현직 각료로서 원폭 투하 71년만에 처음 평화공원을 찾은 것이기에 케리의 행보는 역사적인 상징성을 가졌다. G7 외무장관 회의의 하나로 각국 장관들이 모두 참가한 행사로 진행됐지만 그런 상징성 때문에 이날 장관들 ‘행차’의 포커스는 단연 케리였다.

현장을 생중계한 NHK 영상에 의하면, 케리는 이날 평화공원내 원폭 자료관에서 희생자 위령비로 이동하는 내내 선두에 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옆에 서지 않았다.

각국 장관(유럽연합 외교장관 포함 총 8명)들 행렬의 중간 이후에서 ‘묻혀 가듯’ 걸어감으로써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려하는 듯 보였다.

또 케리는 장관들과 함께 위령비에 헌화한 뒤 나란히 서서 묵념을 할때도 약 5초 동안 턱만 약간 아래로 내리는 것으로 예를 표했다. 바로 옆에 선 기시다 외무상이 허리를 숙여가며 묵념한 것과 대조를 이뤘고 다른 장관들에 비해서도 훨씬 ‘뻣뻣’했다.

아울러 공원내 첫 행선지인 원폭 자료관내 동선은 언론 취재를 허용하지 말 것을 미국 측이 요구해 결국 카메라 입회 없이 진행됐다고 NHK는 전했다.

언론에 공개했더라면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 원폭 피해의 참혹함을 전세계에 생생하게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결국 미측이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함께 케리는 평화공원 방문 직후 언론과의 접촉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케리의 행보는 전형적인 ‘로우키(low key·의미가 가급적 크게 해석되지 않도록 하는 것) 외교’로 풀이된다.

여전히 미국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본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많은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였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 자신의 행보가 ‘사죄’로 해석됨으로써 국민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케리는 평화공원 방문에 앞서 기시다 외무상과 회담한 자리에서 자신의 방문이 갖는 의미에 대해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리고 “우리가 구축한 (미일) 관계의 강력함”, “우리 동맹의 강력함” 등을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평화공원 방문이 ‘사죄의 여정’이 아니라 일본의 집단 자위권 법제화로 한결 견고해진 미일동맹을 감안한 행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날 행보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내달 히로시마 방문 여부를 결정하기 앞서 미국내 여론을 떠보는 ‘풍향계’가 될 수 있음을 의식, 특별히 행동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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