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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다큐를 다루다… 다큐, 무대를 달구다

연극, 다큐를 다루다… 다큐, 무대를 달구다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4-10 17:42
업데이트 2016-04-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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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다룬 ‘다큐 연극’ 인기

연출가·배우들 직접 현장 조사
다양한 관점 보여줘 관객들 공감
침체된 창작극 시장 활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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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엄마들이 주인공인 연극 ‘그녀를 말해요’의 배우들은 경기 안산을 찾아가 엄마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등 집단 창작의 요소를 끌어들였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엄마들이 주인공인 연극 ‘그녀를 말해요’의 배우들은 경기 안산을 찾아가 엄마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등 집단 창작의 요소를 끌어들였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국내 연극계에 다큐멘터리 성격이 짙은 연극(다큐 연극)이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드라마·서사 중심의 연극계 외연을 넓혀 침체된 창작극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다큐 연극은 실제 사회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야기 구조에 집중하기보다는 사회 현상을 어떻게 무대 언어로 옮길지 고민한다. 아직 우리나라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선 20세기 중후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생겨난 뒤 연출 기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최근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연극계엔 지난해부터 쌍용차 손배소 문제를 다룬 연극 ‘노란봉투’, 배우가 직접 자신의 창조생활이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질문을 던지는 연극 ‘창조경제’ 등 다큐 연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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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연극’을 주도하고 있는 연출가 이경성.
‘다큐 연극’을 주도하고 있는 연출가 이경성.
다큐 연극은 젊은 연출가와 작은 극단이 선도하고 있다.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퀴의 이경성 극작가 겸 연출가, 극단 그린피그의 윤한솔 연출가, 1994년 결성된 국내 유일의 연출가 동인제인 혜화동1번지 6기 동인(구자혜, 김수정, 백석현, 송경화, 신재훈, 전윤환 연출가) 등이 대표적이다. 고연옥 극작가는 “젊은 연출가들이 작가나 연출이 짠 서사 틀 내에서 뭔가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존 극에서 벗어나 전형적인 드라마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형식도 자유로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경성은 배우들과 함께 현장을 찾아다니며 자료도 조사하고 사람들도 만나 극을 완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연극 ‘비포애프터’로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출상 등을 휩쓸었다. 오는 14~17일, 그 연장선상의 신작 ‘그녀를 말해요’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린다. ‘비포애프터’가 여러 인물의 기억을 통해 거시적으로 세월호 참사 문제를 끄집어냈다면 ‘그녀를 말해요’는 딸을 잃은 엄마들이 주인공이다. 배우들은 경기 안산을 찾아가 엄마들을 만나 딸들이 평범하게 자라며 겪었을 일상 이야기를 모았다.

한 연극평론가는 “이경성은 ‘비포애프터’에서 굉장히 다루기 힘든 소재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다큐 연극을 미학적으로 완성 단계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했다. 다른 연극평론가는 “다큐 연극은 한 명의 작가 중심이 아니라 연출가들이나 극단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만드는 작품이 많다. 혜화동1번지의 집단 창작품들도 다큐 요소가 강하다. 한 사람이 아니라 입체적 시각·관점에서 현실을 뜨겁게 다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큐 연극의 부상을 세계적인 추세로 풀이했다. 장성희 연극평론가는 “사회가 다변화되고 다양해지면서 하나의 현상에 너무 많은 문제가 내재하게 됐다. 이를 작가의 목소리로만 담기엔 한계가 있고, 더이상 허구를 통해,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다 다룰 수도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연극평론가 이경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다큐 연극이 작가들에게 새로운 글쓰기의 동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작가들이 가공인물이나 이야기를 만드는 것 외에도 자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희곡도 나올 것이고 창작극이 활성화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큐 연극은 극중 영상이나 신문 같은 자료를 제시하는 형태가 많다. 이 교수는 “신문이나 역사자료 같은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고 풀이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4-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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