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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왔다”·“너무 늦었다”…문재인 방문에 엇갈린 광주민심

“잘왔다”·“너무 늦었다”…문재인 방문에 엇갈린 광주민심

입력 2016-04-08 16:52
업데이트 2016-04-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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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 보자”…충장로에 지지자 등 몰려 북적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야권 심장부 광주인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시민에게 사과했다.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은퇴를 하고 대선에서 불출마하겠다고 배수진도 쳤다.

광주 선거판의 ‘흥행 보증수표’였던 제1야당의 전직 대표가 무릎을 꿇는 낯선 상황에 시민들도 문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문 전 대표는 8일 국립 5·18 민주묘지, 광주공원, 전남대 후문, 월곡시장 등을 돌며 지역 유권자를 만났다.

옛 도심을 중심으로 도보 이동으로 계층·연령별 유권자를 두루 만날 수 있는 동선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행원 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동행한 5·18 묘지를 빼고는 가는 곳마다 지지자와 구경 나온 시민으로 북적였다.

반문(반문재인) 정서 탓에 “계란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시민들은 대체로 문 전 대표를 예우했다.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한 ‘젊음의 거리’ 충장로 우체국 앞에는 ‘사랑해요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만든다’, ‘문재인 파이팅’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이 등장하고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호기심을 보였다.

문 전 대표 측이 지원유세 대신 ‘사과·위로·경청’을 강조하면서 조용한 방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정당 유세장과 같은 풍경까지 연출됐다.

김홍걸 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표가 우리 아버지(김대중 전 대통령)를 배신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하자 환호가 터지기도 했다.

현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충장로에서 만난 시민 곽부열(72)씨는 “광주에 잘 왔다. 광주에서 더민주 지지율이 급락한다고 해서 일부러 나왔다”며 “더민주야말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가장 큰 야당이고 인물로 봐도 문 전 대표만 한 대선주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충장로의 한 20대 여성은 “대선주자로서 좋은 것 같다. 친구들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했고, 전남대 후문에서 만난 대학생 홍모씨는 “언론에서 알려진 것처럼 반문 정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총선에 임박해 이뤄진 방문, 사과의 형식·내용을 나무라는 여론도 컸다.

충장로에 있던 대학생 조예지(22·여)씨는 “너무 늦었다. 이미 사람들 마음은 떠났다”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방문한 것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며 “돌아선 사람들은 야당대표로서 보여준 모습에 실망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모(56)씨는 “5·18 묘지 앞에서 무릎 꿇은 야당 실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며 “쪼개지고 갈라설 때는 뭘 하고 이제 와서 표를 달라고 애걸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고, 대선 출마의 장애물을 제거하러 온 것 같은데 대선 불출마를 하겠다는 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과거 제1야당 대표로서 문 전 대표의 진정성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주부 이연임(52·여)씨는 “문 전 대표가 이왕 광주에 왔으니 욕을 시원하게 먹고 사과를 하면 괜찮겠지만 예전 처럼 사과한다고 해놓고 시민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본인 일정만 소화하고 올라가면 안된다”고 문 전 대표의 진정성을 기대했다.

문 전 대표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방문과 선언에 대한 평가가 5일 후 총선에서 광주 시민의 선택에 맡겨진 가운데 더민주의 득실 분석도 엇갈렸다.

반문정서를 일부 해소해 더민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과 ‘미운 사람’이 차기 대권 주자로서 평판을 지키려고 다시 나타나는 바람에 국민의당 상승세를 가속할 것이라는 반박이 팽팽했다.

전남대 오승용 교수는 “광주에서 더민주의 고전은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지만 무능·무력한 야당에 대한 심판과 야당에서조차 주변화된 호남의 반발 등도 깔려있다”며 “문 전 대표의 출현이 더민주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그를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를 결집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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