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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너무 아파서 같이 간다”…노인부부 동반자살 잇따라

“아내가 너무 아파서 같이 간다”…노인부부 동반자살 잇따라

입력 2016-04-06 07:14
업데이트 2016-04-0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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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무관심 원인…자살예방 인프라 구축해야”

지난달 30일 오후 3시께 강원도 춘천시 중도동 상중도 강변의 흰색 승용차 안에서 70대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운전석과 옆좌석에 나란히 앉은 노부부는 손을 꼭 잡은 채 세상과 잡았던 끈을 스스로 놓았다.

오래전부터 죽음을 결심한 듯 트렁크는 목숨을 끊는 데 쓰이는 도구만 있었을 뿐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는 “강변에서도 경치가 좋은 곳을 골라 신경 써서 주차한 것 같았다. 강물이 잔잔히 흐르는 게 달빛이 강물에 비치면 참 멋있었을 것 같은데 노부부의 죽음이 안타깝다”고 했다.

위암에 걸린 아내(70)는 수술했으나 좀처럼 병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아들을 잃은 탓에 남편(70)도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부부는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 지난달 24일 자녀가 보내준 생활비도 다시 되돌려보냈다.

현장에 남긴 유서에는 “암에 걸린 아내의 병세가 좋아지지 않아 같이 가기로 했다”고 적혀 있었다.

속초에서는 지난달 10일 노부부가 사망 6개월 만에 발견됐다.

‘우리는 가족이 없습니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세요. 2015년 9월 6일’

10평(33㎡) 남짓한 차가운 오피스텔 거실 바닥에는 온기 없는 시신 2구와 바짝 마른 종이 한 장이 발견됐다. 숨을 거두고도 두 부부는 철저히 고독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7.3명이다.

강원도는 36.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지난해 9월 자살예방 관련 보고서에서 “강원도의 자살률 1위 불명예는 고령화 비율과 연관성이 높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2015년 기준 17.2%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다.

연구원은 “강원도가 2010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자살방지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담당구역이 워낙 넓고 예산 부족으로 성과가 더디다”고 진단했다.

자살예방사업의 개선과제로는 공동체적 관심 등을 꼽았다.

자살원인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더 적극적인 자살예방 인프라 구축, 마을공동체적 관심 유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강원도는 면적이 넓어 자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심리적 부검 도입으로 표적 관리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생사학 전문가인 오진탁 한림대 교수는 6일 “노인 고독사를 막으려면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웰 다잉(Well-Dying), 즉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연구와 교육의 사회적 확산이 노인 자살을 막는 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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