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웰다잉은 다음 생에서”…노인 부부 동반 자살 잇따라

“웰다잉은 다음 생에서”…노인 부부 동반 자살 잇따라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4-06 10:21
업데이트 2016-04-06 10:2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강원도 춘천시 상중도 강변의 흰색 승용차 안에서 70대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 좌석에 나란히 앉은 노부부는 손을 꼭 잡은 채 세상과 작별했다. 오래전부터 죽음을 결심한 듯 차 안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는 “강변에서도 경치가 좋은 곳을 골라 신경 써서 주차한 것 같았다. 강물이 잔잔히 흐르는 게 달빛이 강물에 비치면 참 멋있었을 것 같은데 노부부의 죽음이 안타깝다”고 했다.

아내(70)는 위암 수술했으나 좀처럼 낫질 않았다. 지난해 8월 아들을 잃은 탓에 남편(70)도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자취를 감춘 지난달 24일 자녀가 보내준 생활비도 다시 되돌려보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암에 걸린 아내의 병세가 좋아지지 않아 같이 가기로 했다”고 적혀 있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7.3명이다. 강원도는 36.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지난해 9월 자살예방 관련 보고서에서 “강원도의 자살률 1위 불명예는 고령화 비율과 연관성이 높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2015년 기준 17.2%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다.

연구원은 “강원도가 2010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자살방지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담당구역이 워낙 넓고 예산 부족으로 성과가 더디다”고 진단했다.

자살예방사업의 개선과제로는 공동체적 관심 등을 꼽았다. 자살원인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더 적극적인 자살예방 인프라 구축, 마을공동체적 관심 유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강원도는 면적이 넓어 자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심리적 부검 도입으로 표적 관리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생사학 전문가인 오진탁 한림대 교수는 6일 “노인 고독사를 막으려면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