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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려군 창설 1,300년…고구려 왕자 기념비 건립

일본 고려군 창설 1,300년…고구려 왕자 기념비 건립

입력 2016-04-05 17:25
업데이트 2016-04-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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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왕 후손들의 발길 따라 4일간 걷는 행사도 열려

올해는 고구려 왕자 약광(若光·잣코)이 일본 사이타마(埼玉)현에 ‘고마(高麗)군’을 세운 지 1천300년이 되는 해다.

그의 후손과 재일동포는 이를 기념해 현지에서 기념비 제막과 함께 ‘고려왕 약광 워크(Walk)’ 등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고려 약광의 모임’(회장 박인작)은 오는 23일 약광을 주신(主神)으로 모시는 히다카(日高)시의 고마(高麗)신사에 히다카시의 후원을 얻어 기념비를 세운다.

세로 1.4m, 가로 2m의 장방형 기념비 중앙 상부에는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삼족오(三足烏)를 새겨 넣었다.

비문에는 “서기 703년 4월 4일, 종5위하 고려 약광에게 왕성(王姓)을 내리다. 서기 716년 5월 16일 스루가(駿河), 가이(甲裴), 사가미(相模), 가즈사(狀總), 시모우사(下總), 히타치(常陸), 시모쓰케(下野) 7개국의 고려인 1천799명을 무사시(武藏)국에 이주시킨 게 고려군의 시초다”라는 글을 새겼다. 이 내용은 ‘속일본기’(續日本紀)에 나와 있다.

기념비 뒤에는 건립을 위해 힘쓴 ‘고려 약광의 모임’의 관계자 20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 가운데는 약광의 후손이자 고마신사의 제60대 궁사(宮司·신사의 최고 책임자)인 고마 후미야스를 비롯해 제15대 도공(陶工) 심수관, 지난달 별세한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 교토(京都)대 전 명예교수 등이 눈에 띈다.

7세기 말 고구려 마지막 임금 보장왕(재위 642∼668)의 아들인 약광과 그가 이끈 주민 1천799명은 현재의 도쿄(東京)와 사이타마, 군마(群馬)를 포함한 간토(關東) 지방으로 이주해 벼농사 기술 등을 전파했다. 일본에서는 716년 이 지역을 포괄하는 고마군을 만들어 고구려 이주민들이 살 수 있게 했다. 고마신사는 후손이 약광의 공을 기려 만든 일본식 사당이다.

후손은 궁사가 26대에 이를 때까지 동족끼리만 결혼하며 고구려 혈통을 끈질기게 지켰다. 이후 일본인과 섞이고 1896년에는 고마군 주요 지역이 인근 이루마(入間)군에 합병됐지만 이들은 자신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渡來人)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살아왔다.

고마라는 성씨는 이 신사의 궁사가 될 직계 후손만 사용하고, 나머지 주민은 일본식 성을 쓴다. 후손에게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은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하는 중요한 행사인 셈이다.

‘고려 약광의 모임’은 고마신사의 유래와 고려군의 역사에 감명받은 재일동포가 모여 2010년 6월 결성했다. 이들은 처음에 고려군 건군의 역사적 의의 등을 공부하고 평가하는 스터디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재일동포로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이번에 기념비 건립에 뜻을 모았다.

건립비 800만 엔(약 1천226만 원)은 회원 전원이 갹출해 모았다.

박인작 회장은 최근 민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천300년의 유구한 역사로 생각의 폭을 넓히면서 이 땅과 동아시아의 발전, 그리고 평화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념비를 세웠다”고 밝혔다.

26일부터 4일간 약광의 발자취를 더듬는 순례 형식의 ‘고려왕 약광 워크’도 펼쳐진다. 약광이 일족과 함께 상륙한 가나가와(神奈川)현 오이소(大磯)의 다카쿠(高來)신사에서 출발해 사이타마(埼玉)현 고마신사까지 95㎞를 걷는 행사다. 어림잡아 하루 60리 길을 걸어야 한다.

다카쿠신사는 668년 고구려가 나당(羅唐) 연합군에 패해 멸망한 뒤 오이소로 건너온 약광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처음에는 고마신사로 불리다가 메이지(明治) 시대인 1897년 다카쿠로 바뀌었다. 이곳은 애초에 사찰이었는데, 메이지 정부가 신불(神佛) 분리 정책을 펼치면서 그렇게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신사 뒤편에는 고마야마(高麗山)가 펼쳐져 있다.

순례 길에 오르기 전인 16일 고마신사 참집전(參集殿)에서 사전 학습회가 열린다. 워크 본대 첫 모임은 26일 오전 JR오이소역에서 진행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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