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근무 부하 형사에 ‘방아쇠’ 미국 수사반장 ‘맙소사’

잠복근무 부하 형사에 ‘방아쇠’ 미국 수사반장 ‘맙소사’

입력 2016-04-02 10:17
수정 2016-04-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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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조직 침투한 부하에 난사해 중상입혀…市정부 75억 배상

“맙소사. 악당인 줄 알았더니 너였다니! 미안해.”

미국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 경찰국 소속 수사반장이 마약 단속 현장에서 잠복 수사 중이던 부하 형사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1월 벌어진 이 황당한 사건의 전모는 다행히 총에 맞고도 목숨을 건진 잠복 형사와 앨버커키 시가 거액의 보상 합의에 이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당시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마약 거래상 검거 현장에 출동한 그레그 브래클 반장은 용의자들이 탄 차량에 접근한 뒤 뒷문을 열고 권총을 9발이나 발사했다.

그러나 뒷좌석 용의자를 확인한 브래클 반장은 까무러칠 뻔했다.

자신의 총에 맞고 비명을 지른 이가 2년간 고락을 함께한 부하 형사 제이컵 그랜트였기 때문이다.

그랜트가 마약 조직에 침투해 함정 수사를 펴던 중이었으나 이를 모른 채 수사 현장에 나간 브래클 반장이 동료를 향해 오사격을 한 셈이 됐다.

선배의 느닷없는 총격에 그랜트는 현장에서 혈액의 80%를 잃었다. 무차별 사격으로 그의 주요 장기는 죄다 파괴됐다.

저승 문턱에 갔으나 용케 살아난 그랜트는 이후 병원을 들락거리며 수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목숨을 부지했다.

그는 사건 발생 후 시 정부와 1년이 넘는 피해 보상 협상 끝에 650만 달러(74억8천800만 원)에 합의했다.

앨버커키 시는 치명적인 부상 탓에 더는 경찰로 활동할 수 없어 은퇴 절차를 밟는 그랜트의 평생 의료 비용도 대기로 했다.

그랜트는 시와 합의 후 여러 곳에서 답지한 성금을 공무 중 다친 경관이나 다른 자선 기관에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랜트는 “앨버커키 경찰국 동료와 시, 의료진에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의 뜻을 건넨다”면서 “이런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건 동영상을 경찰관 교육, 실습, 수사 훈련 등에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비극의 주역인 브래클 반장은 최근 경찰감독위원회의 해고 결정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

에드워드 하니스 경찰감독위원회 사무국장은 브래클 반장이 이날 마약 단속 수사 직전에 열린 내부 브리핑에 참석하지도 않고 단속 수칙도 어기는 등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마약 거래상 차량을 단속할 때 만일에 있을 잠복 경찰의 위치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총을 난사한 것은 기본 준칙을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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