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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해커 구속에 중남미 정계 후폭풍 “사람들 실제보다 인터넷 더 믿어”

초특급 해커 구속에 중남미 정계 후폭풍 “사람들 실제보다 인터넷 더 믿어”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4-01 16:42
업데이트 2016-04-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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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도청, 컴퓨터 악성 프로 감염 “미국 대선도 예외 아닐 것”

2012년 7월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 우파인 멕시코제도혁명당(PRI)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후보는 대선에서 맞수인 좌파 후보를 누르고 12년 만에 정권 탈환을 선언했다. 수려한 용모의 그는 “마약과 폭력, 부정부패를 추방하겠다”며 투명한 정부를 약속했다.

같은 시각 3200여㎞ 떨어진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 아파트. 민머리 남성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는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와 스마트폰을 망치로 두들겨 부수고, 문서는 파쇄해 변기에 버렸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구매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비밀서버 계정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팀원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진 뒤였다. 그의 손에는 현금 60만 달러(약 6억 9000만원)가 쥐어졌다.

그의 이름은 안드레 세풀베다(31)였

다. 콜롬비아 출신의 온라인 선거전략가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10여년간 조직원을 이끌고 중남미 국가들을 누비며 선거에 개입한 해커였다. 필살기는 3만여개의 차명 트위터 계정으로 상대방 후보를 단박에 흠집내는 것이다. 심리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 후보의 자료를 훔치고, 악성 소프트웨어를 상대 선거본부 컴퓨터에 심어놓기도 했다. 흑색선전 등의 단순 서비스는 월 1만 2000달러(약 1380만원), 스마트폰 도청과 상대진영 홈페이지 해킹 등 고급 서비스는 월 2만 달러(약 2300만원)의 수수료가 매겨졌다. 2014년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 파나마 대선, 2013년 베네수엘라 대선, 2012년 멕시코 대선, 2011년 니카라과 대선, 2009년 온두라스 대선 등이 그가 개입한 대표적인 선거였다.

이 이야기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31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잡지는 콜롬비아 보고타의 형무소에 수감된 세풀베다를 심층 인터뷰했다. 또 그가 소속돼 일하던 미국 마이애미의 정치컨설턴트 사무소의 이메일 계정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2014년 콜롬비아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1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세풀베다는 “사람들이 실제보다 인터넷을 더 믿기 때문에 무엇이나 쉽게 믿도록 조작할 수 있었다”면서 “보수를 받긴 했으나 우파나 중도파 후보를 도와 좌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려 했다”고 강조했다.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세풀베다는 좌익 게릴라에 대한 반감 탓에 전산학교 졸업 뒤 큰 동요없이 정치 해킹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2005년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진영에 합류하면서 첫 작품이 나왔다. 중남미 8개국 선거에 개입했던 것이다.

그가 이끌던 해킹팀은 상대방의 약점을 잡고 공론화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예전 스페인 총선을 앞두고 우파 정당으로부터 선거 개입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면서 “요즘 모든 선거는 SNS 여론조작이 판친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미국 대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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