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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4·3사건은 남로당 무장 반란” 편파 서술

대한민국역사박물관 “4·3사건은 남로당 무장 반란” 편파 서술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6-04-01 09:50
업데이트 2016-04-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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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발간한 청소년용 만화책 내용 중 일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발간한 청소년용 만화책 내용 중 일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청소년용으로 제작·보급한 만화책 ‘6·25 전쟁’에서 제주 4·3사건을 “제주 남로당의 무장 반란”이라고 편파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물관은 이 만화에서 “1945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이 주도한 무장 반란이 일어났다. 극심한 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대대적인 진압 작전을 전개했다”며 남로당 ‘무장 반란’으로 정부 작전이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1948년 일어난 사건을 1945년(21쪽)이라고 잘못 기술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만화가 경찰의 과잉 진압에 제주도민들이 저항한 사실은 생략하고 제주도민의 반발이 남로당의 획책 때문이었다는 식으로 단순화한 점이다. 만화는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공산주의자 소탕작전에 박차를 가한다. 1949년 5월이 돼서야 무장 반란세력이 대부분 소멸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친일 경찰들의 횡포나 토벌대의 과도한 진압은 축소하고 사태를 ‘폭동’으로 몬 뒤 ‘잘 진압했다’는 식으로 정리하면서 정부의 잘못은 사라지고 그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이 있었다는 식으로 단순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또 이 만화를 통해 제주 4·3사건을 “제주도의 남로당이 일으킨 무장 반란”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의 과잉 진압을 정당화했다. 이미 정부 차원의 조사가 끝나 2003년 대통령이 제주도민에게 사과까지 한 사건의 의미를 부정하고 뉴라이트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만화는 남로당의 획책으로 제주도민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정부의 폭력 진압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는 “왜 많은 제주도민들이 그 봉기에 참여했는가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만화책 21쪽에는 “1949년 5월이 돼서야 무장 반란세력이 대부분 소멸된다”는 서술과 함께 군인이 “소탕 끝”이라고 만세를 부르며 웃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조한경 전 회장은 “제주 남로당의 무장봉기가 발단인 것은 맞지만 진압 과정에서 국가 폭력이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점 때문에 ‘폭동’이 아닌 ‘사건’으로 용어가 정리된 상황”이라며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이 사망했고 그 대부분이 민간인임을 감안한다면 ‘소탕’이란 단어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만화 내용이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기의 국정교과서 서술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두환 정부 때 4차 교과서는 4·3사건을 ‘제주도 폭동 사건’으로 지칭하며 “공산 무장 폭도가 봉기하여 국정을 위협하고 질서를 무너뜨렸던 남한 교란 작전 중의 하나”라고 서술했다.
 
 오류도 여럿 발견됐다. 1947년 상황을 그린 20쪽에서는 그해 3·1절 기념식 때 경찰 발포로 6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한 데 대해 제주도민이 분노한 상황에 대한 언급 없이 남로당원들이 “정부에 반대하면서 선동하겠어” “분탕질을 하자”고 말하는 것으로 그려 모든 것을 남로당 탓으로 돌렸다. 이때는 미 군정 상황인데도 태극기까지 그려져 있다.
 
 19쪽에서는 ‘건국 직후의 반정부 태풍’이라는 제목을 사용했는데 이 시기는 1948년 2월 남한만의 단독 선거 결정 이후의 상황이다. 정부 수립 전후의 상황이므로 ‘건국’이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 김용직 역사박물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임시정부는 민족운동 단체이지, 정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임명한 김 관장은 지난해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성명에 이름을 올렸고 2008년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이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진이다.
 
 2012년 개관한 역사박물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성취한 기적의 역사를 기록하겠다’며 설립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경제 성장만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뉴라이트 정권의 홍보 박물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로 논란이 된 곳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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